▲성 토마스 교회의 천장중세 건축은 시기에 따라 천장의 생김새가 다르다.
한성은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는 전형적인 후기 고딕 양식이다. 석조 기둥이 직선으로 높게 솟아 있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회벽 대신 스테인드 글라스가 반짝인다. 높으면 높을수록 창은 커질 테고, 창이 커지면 빛이 많이 들어오고, 빛은 곧 성령이니 기둥을 더 높이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기둥 위에는 석재로 된 무거운 천장도 있다. 기둥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고딕 중기에는 건축 기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기둥 옆에 다시 기둥을 세우는 부연부벽(flying buttress)이 있어야만 했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정문이 아닌 뒤에서 바라보거나,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본관을 둘러싼 엄청 화려한 날개들이 바로 부연부벽이다.
하지만 성 토마스 교회에는 이러한 부연부벽이 없다. 15세기 정도 되면 부연부벽 없어도 이정도 성당은 뚝딱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쌓이는 것이다. 후기 고딕 양식의 성당을 보면 나는 얼른 들어가 예배당의 천장이 궁금해진다. 부연부벽이 없는 대신 복잡하고 화려한 궁륭(Vault)이 천장의 무게를 분산시켜 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흐, 커피, 음악, 고딕, 궁륭 등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감동 받을 준비를 마쳤다. 세상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게 많고, 대단한 게 많고, 신기한 게 많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은 누리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노력이 조금 들지만,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또 그 말을 반복해야지.
"여러분, 공부는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누려야 할 공부의 즐거움을 어른들이 빼앗아 버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몰랐던 노래를 알게 되고, 몰랐던 게임을 알게 되었을 때 즐거운 것처럼 앎이라는 '공부'가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안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고 단정했다. 95개조 반박문으로 종교 개혁을 시작한 마르틴 루터도 이곳에서 설교를 했는데, 청빈하고 금욕주의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을 받아서이지 않을까? 교회가 재건된 시기도 종교개혁이 시작된 16세기라고 하니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교회의 이름은 어떻게 짓는 걸까? 성인 토마스(St. Thomas)는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아서 옆구리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던 제자인데 그를 기리는 교회라니. 카라바조의 <성 도마의 의심>에서 키아누 리브스를 닮은 그리스도가 약간 '아야...' 하는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 내가 모르는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기셨겠지.
성당 안 바흐의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