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윤성효
"늦어도 괜찮아."
"로켓배송에 익숙한 생활을 바꾸겠다."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가 지난 5월 28일 과로사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거리에서 이같이 외치면서 다짐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5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소비자 이미연(창원)씨는 울먹이면서 발언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키운다고 한 이씨는 "저는 쿠팡으로 아이들을 키웠어다. 처음 큰 애를 낳고 3층에 살면서 아기를 데리고 무겁고 큰 장을 볼 수도 없었고, 또 예상할 수 없는 아이들 생리현상에 기저귀, 분유, 생수, 기타 아기용품은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똑 떨어져서 당장 필요할 때도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택배를 주문하고 필요 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면 발을 동동거리다 아이를 메고 버스를 타고 나가 기저귀를 사온 적도 있다"라며 "매장가격은 깜짝 놀라게 비싸더라. 그런 저에게 쿠팡의 로켓배송은 구세주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아이들이 좀 커가면서, 늘 바쁜 엄마라 여유를 놓쳐버린 저는 소풍, 준비물, 우산 등등 문제 없었다. 내일이면 집으로 오는 쿠팡이 있으니까. 저는 그렇게 쿠팡의 시스템과 로켓배송에 길들여진 수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었다"라고 했다.
"쿠팡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고 한 이씨는 "'클렌징'이란 단어가 이슈가 됐을 때, 전 쿠팡을 탈퇴했다. 실적을 근거로 한 대리점과 기사들을 다 청소 한다니. 가족들 생계를 위해 뛰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청소한다는 그 발상이 너무 기가 막히고 이런 일은 용납해주면 안된다 생각했으니까"라고 했다.
이어 " 그럼에도 바쁘다 보니 또 급해지면 사용하게 되더라. 물건이 좋아도 지인들에게 쿠팡에서 샀다는 말도 못한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도 영 불편한 이 소비자의 마음을 쿠팡은 아느냐"라고 덧붙였다.
"택배 기사도 사람"이라고 한 이씨는 "자식 생각에 힘든 것도 이기고 일하셨을 정슬기님 기사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로켓배송이란 이름으로 기사들의 목숨을 쥐어짜는 현실, '개처럼 뛰고 있다'는 그 압박과 초조함과 스트레스. 천하장사도 그렇게 살면 쓰러진자"라고 했다.
울먹인 그녀는 "트럭에서 운전대를 잡은 채 쓰러지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쓰러지고. 내 가족과 아이들 위해 사용하는 쿠팡이 다른 아이들에게 아빠를 영원히 뺴앗아가는 시스템이라면. 이런 쿠팡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느냐. 로켓배송에 익숙한 생활을 바꾸겠다. 그러니 쿠팡도 바꾸라"라며 "천천히 와도 된다. 신속한 배송 뒤로 가려진 이 추악한 쿠팡을 규탄하는 일을 저 또한 멈추지 않겠다"라고 했다.
"책임 피하지 말고 반드시 재발대책을 내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