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 사진 2 2024 고양특례시 전국오픈 탁구대회에는 전국에서 1,3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신선숙
주로 "야!", "좋아!", "뗴이!" 같은 구호를 크게 외치는 식이다. 목소리가 저음이면 좀더 멋졌으련만, 앵앵거리는 고음에 평생 코가 막힌 듯한 비음을 가진 나에게서 나는 파이팅 소리는 사실 좀 민망한 면이 있다. 김관장은 귀엽다고 하지만, 누구는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말린 적도 있으니 말이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냥 하고 싶은 만큼 했다. 끝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실력과 잘 되는 기운을 악을 써가며 다 써버리고 나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 그 한계도 명확히 보였다. 모든 걸 다 쏟아부었기에 사실 가장 나다웠다는 이상한 만족감이 들었다.
물론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핀잔을 듣고 비웃음을 당했다. 나에게 좋은 일이 남에게도 무조건 좋을 리는 없다. 얼굴을 찡그리는 상대도 있었고, 말 없이 비웃는 상대도 있었고, 이상한 여자라는 듯 수근대는 상대편 응원단도 있었던 듯하다. 정신없이 "좋아!!"를 외치다가 상대방의 날카로운 공격이 성공했을 때 내가 "좋아"를 외치는 바람에 상대방과 심판이 동시에 기가 막혀 웃는 일도 있었다.
예전에는 그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일, 좋은 상대 선수가 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지만 이번만큼은 이기는 데에만 집중했다. 충분히 다 이기고 나면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우아한 탁구를 쳐도 늦지 않겠단 생각이다.
탁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김관장에게 자신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더 확장시키려는 필사의 '파이팅'이 이기는 시합을 가능케 하는, 화룡점정의 마지막 눈동자였다는 걸 나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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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호기심 많은, 책 만드는 편집자입니다. 소심한 편집자로 평생 사는가 싶었는데, 탁구를 사랑해 탁구 선수와 결혼했다가 탁구로 세상을 새로 배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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