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단 LED 전등
이준호
전기기사까지는 아니지만 마침 나도 내 손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인생의 태반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며 글자를 만지는 데 보냈다. 글자의 세계에서는 모든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고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전지전능을 발휘했지만 글자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할 줄 아는 게 없는 백면서생이었다.
하루는 내 자전거를 탄 딸이 브레이크가 잘 안 잡힌다며 자전거점에 가서 수리해야겠다고 했다. 난 별생각 없이 자전거 수리점에 갔다. 놀랍게도 브레이크 선이 연결된 마디마디 암나사(너트)만 조이는 것으로 수리가 끝났다. 수리 비용은 1만 5000원. 허탈했다. 잘 관찰하면 내가 직접 고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생각없이 돈 주고 수리를 맡긴 결과였다. 밴드 '롤러코스터' 노래처럼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어느 날 식탁 위 전등이 나갔다. 기회가 왔다. 이번엔 내 손으로 해보마! 이 기회에 LED 등으로 바꾸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검색해 가며 등을 교체했다. 뿌듯했다. 전구는 갈아봤지만 두꺼비집을 내리고 벽에 달린 전기선에 전등에 달린 선을 연결해 새로 설치해 본 것은 부끄럽지만 처음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내 손으로 할 게 더 없나 찾아봤다. '내 손으로 할 게 더 없나'라는 말은 사치였다. 내 손으로 하는 게 없었다. 대체 뭐하며 살아온 거야. 그러다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6년은 엄마가 해준 밥을, 나머지 27년은 아내가 해준 밥을 먹고 살았다는 사실을!
마침 딸이 '내일배움카드'로 배울 게 많다며 알려줬다. 정부에서 교육비를 일부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직장인도 해당됐다. 딸과 함께 알아보다가 내 눈에 확 들어온 프로그램 ' 한식조리 직무능력향상 밑반찬'. 그래, 이거야. 난 주저 없이 등록했다.
밑반찬의 세계에 입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