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순 작가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이상미
제 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문미순 작가의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도 간병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은 칠십대 중반의 어머니를 돌보는 오십대 명주와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스물여섯 청년 준성이 주인공이다.
명주는 이혼 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다 화상을 입었다. 화상치료는 끝났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발바닥 고통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백만 원 남짓한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준성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시절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준성은 낮에는 아버지를 돌보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물리치료사를 꿈꾼다.
넓은 세상을 누비며 많은 것을 경험할 나이지만 준성의 세상은 아버지를 돌보는 작은 임대아파트 한 평 안에 갇혀 있다. 하지만 준성은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버지의 운동을 챙기고 이웃들에게도 상냥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사건은 명주가 외출한 사이 명주의 엄마가 집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면서 시작된다. 명주는 엄마의 장례를 치르는 대신 나무관에 엄마의 시신을 넣어 작은방에 두기로 결심한다.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주 엄마 앞으로 연금이 입금되고 명주는 연금을 몰래 수령해 생활한다. 곧 엄마를 따라 죽을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사정을 모르는 주변에서는 명주 엄마의 안부를 묻고 명주는 몰랐던 살아 생전의 엄마 모습을 알게 된다.
한편 준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몰래 소주를 사다 마시는 탓에 날로 병세가 악화된다. 그러던 중 사고로 화상까지 입게 되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상태는 더욱 나빠지기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준성은 물리치료사 시험에도 낙방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 지친 준성도 순간마다 차오르는 분노를 견디기 힘들다.
옆집에 살면서도 서로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던 두 사람은 '간병'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마주하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둘은 '연대'를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간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세상의 기준에서는 비난받은 만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독자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