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케이엠텍 정문 앞에서 백혈병 산재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저당 잡힌 청춘', 익숙한 이야기다. 병역이 아니라 꿈을 기준으로 놓고 이야기해도 마찬가지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나 패션어시 노동자들... 있는지 알 수도 없는 미래를 볼모로 청춘을 빼앗기는 모습들. 쉽게 상상할 수 있듯 우리는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서 있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짧고,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고, 목돈이 없고, 무슨 일이든 계속하긴 해야 하는 집 안팎의 상황들까지.
학위와 생계, 병역을 결정하는 회사에 부당한 걸 따져 묻기는 쉽지 않다. 일이 이상한 것 같아도, 몸이 상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넘기기가 일상이다.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아야 한다. 당신도 나도 냄새가 나는데 마스크 한 장 쓰는 게 고작이었다. 공장 다닐 때 옆 부서 형이 그랬다. 유난히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고 푸념하길래 회사에 얘기해보라니, "너 같으면 일 잘하는 과장이랑 나 중에 누구 편들 거 같은데?" 했다.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오나. 많은 제도는 '그렇다'고 말한다.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지만, 그 아버지의 말대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죄밖에 없다.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라리 그만뒀다면...' 한다.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삶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을까. 그 결과로 돌아온 백혈병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정말로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오는가? 안 아픈 데가 없는 할아버지 대리님은 오늘도 나이 어린 이사한테 욕먹어 가며 일한다.
삼성전자는 작업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인 케이엠텍도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일했더니 '어쩌다 아픈 걸 어쩌냐'고 한다. 차라리 그만두자니 정부는 실업급여액을 줄이겠다고 한다. 게을러질까봐 그러는 걸까? 게으른 것도 죄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것도 죄다. 죄짓지 말고 살라 했는데. 어떡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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