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동네에서 작은 도시락전문점을 열었다. 개업 초기 나는 24시간을 도시락 팔아 볼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임경화
그러나 우선 머리를 비우고 습관부터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남들 출퇴근하는 시간만큼을 정해서 회사에서 일했던 만큼 최선을 다해 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 남편과 나는 7시에 집에서 나와 가게와 시장으로 나가고, 남들 퇴근하는 6시까지 일하고 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우선은 우리가 연 도시락 가게 홍보를 해야 했다.
논의 끝에, 남편과 나는 흰 복사용지에 일주일의 메뉴를 적어 놓고 가게를 소개하는 글과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를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완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침마다 수제(?) 전단지를 들고 동네의 병원과 약국, 은행과 카센터 작은 공장 미용실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외쳤다.
"맛있고 영양 많은 가성비 높은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고 있어요! 한 번만 전화 주시면 후회 없게 해 드리겠습니다!"
돈을 들여 배달 앱에 가입하면 쉬울 일을 우리는 돈을 아끼려고 배달을 직접 했다. 광고비도 절약하려고 직접 전단지도 만들고 고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전단지에 고객이 좋은 점을 손으로 적어 놓았다.
배달비를 받지 않아서 도시락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점과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아 쓰레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일 메뉴 걱정 없이 색다른 도시락을 배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https://omn.kr/28xtv ).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고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에 단골 팬들이 생기면서 입소문을 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17년 차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요즘 괜찮아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 사이에서 나 역시 오늘도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언제 그만둘까를 상상하듯, 자영업자도 그런 유혹들이 간혹 찾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해 지난해 경제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 가까이 됐다고 보도한다. 폐업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그만큼 자영업이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장마 기간이라 이번주 내내 비가 쏟아졌다. 남편은 우비를 입고 도시락 배달을 하느라 매일 비에 젖은 생쥐꼴이 되고는 한다.
오늘은 우리 가게 시그니쳐 메뉴인 코다리강정 도시락을 만든다. 싱싱한 코다리를 새벽에 수산 도매 시장에서 직접 사 왔다. 꼬들하게 말린 코다리를 적당하게 자른 다음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서 재워 놓는다. 밑반찬은 잘 익은 배추김치와 계란범벅, 요즘 제철인 애호박나물과 고소하고 바삭한 건파래 볶음, 탕평채 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