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여행은 속을 다 까뒤집어도 부끄러울 것 없는 여고 친구들이랑 갈 때 제일 재밌다. (자료사진)
픽사베이
그래도 자고로 여행은 속을 다 까뒤집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는 여고 친구들이랑 갈 때 제일 재밌다.
그 시절 이야기를 해도 까르르 넘어가는데, 30년이 훌쩍 넘은 각자의 시간들 속에 새겨진 이야기를 나눌 땐 수시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매번 들어도 다른 감정으로 읽히는 건 우리의 삶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일 게다. 마음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마산, 전주, 일산, 서울에 퍼져 사는 우리 사총사. 여행 장소를 잡고 처음 여행을 다니던 초창기엔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주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지방 친구들은 서울로 콧김 한 번 쐬러 오는 게 스트레스 해소라는 게 이유였지만, 안다. 그 친구들이 수도권에 사는 두 친구들을 더 많이 배려했다는 걸.
그래서 지난해부턴 수도권에 사는 G와 내가 친구들이 사는 지역으로 내려가는 일정을 잡고 있는데, 이번엔 전주에 사는 J네 고장을 방문할 차례였다.
전에 전주를 안 가 본 건 아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방학을 이용해 전주 한옥마을을 두 어번 여행이랍시고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고즈넉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엄마의 힐링 시간도 고려하자는 계획과 달리, 당시 한옥마을은 지나치게 상업화가 돼있어 보였다. 집 근처 쇼핑 타운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은 현지인이 추천하는 '제대로 전주 보기'를 할 절호의 찬스였다. 친구가 남편과 다닌다는 모악산 어느 계곡에서 발 담그고 수다만 떤다고 해도 내겐 새로운 전주를 만나는 일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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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쁨보다는 피부가 중요한 중년의 여인들이라 30도를 넘는 뙤약볕에 피부를 노출하는 일정은 모두 취소했지만, 그럼에도 문화의 도시 익산, 전주엔 힐링의 장소가 넘쳤다. 되도록 외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은 곳으로 잡은 일정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특색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박 3일 같은 1박 2일을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들은 KTX 익산역에서 만났을 때 반가움은 둘째치고 모두 배가 고팠다. 우리의 주 여행지는 전주였으나 J의 소개로 익산의 명소라는 '고스락'에서 한정식을 먹기로 했다. 맛있는 음식의 고장에 와서 식도락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