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 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에서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윤종은
공익목적 규정이 형해화되고 자산가 상속세 면탈 수단으로 전락
발제를 맡은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업승계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이론과 그에 따른 감세정책이 글로벌스탠다드가 되면서 세계각국의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우리나라 헌법과 관련 법률에는 조세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와 학문적으로 독일조세기본법에 기초하여 조세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즉 조세정의의 부재로 '수직적 공평(시장의 자유와 권리)' 대 '수평적 공평(시장개입 통한 분배)'에 관한 논쟁이 지속되며 이는 경제와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간 평균 수백건에 불과했던 가업상속(가업증여) 등에 대하여 '22년 기준 1조원 이상 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자에게는 지속적 증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근로소득세 세수는 지속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자본이득 관련 세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우리나라 가업 승계세제는 1997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공제한도1억원) 도입되었으나, 이후 7차례의 개편을 통해 적용범위와 공제한도가 확대되고 사후관리가 완화되어왔다. 특히 2007년 가업 승계세제가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되고 사후관리가 대폭 완화되면서 가업 승계세제는 공익목적 관련 규정이 형해화되고 자산가의 상속세 면탈 수단으로 전락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개정안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빌미로 밸류업, 스케일업, 기회발전특구창업 등 기업에 대해 가업 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하여 사실상 '기득권세습세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호림 교수는 "가업승계 이후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이익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창업자금 증여에 대하여도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있는바, 이는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을 일탈한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입법취지와 무관하게 가업 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여 가업 상속제도가 '기득권세습세제'로 전락했고 가업 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이 큰 폭으로 증가된 반면 사후관리는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은 이전에 두 번 가업상속공제 관련 위헌판결 이후, 가업 상속공제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제 제한 및 필요성 심사 등 가업 상속공제 관련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하여 왔다"라며 "우리 가업승계세제는 과세제도가 아니라 상속세를 면제하기 위한 '조세특례제도'로 기능하고 있어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