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뿌리.뇌두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이상헌
겨우 동행한 K선생을 찾아 뒤를 쫓으며 주차해 둔 곳으로 내려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H선생이 상당한 결실을 갖고 내려왔다. 4구 2개, 3구도 2뿌리. K선생은 4구 한 개가 오늘의 성과였고, 나는? 나는 '꽝'이었다.
귀갓길에서 우리는 삼 얘기로 지루한 줄 모르고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날 나는 심마니 H선생의 배려로 삼구 짜리 삼을 공짜로 얻어왔다. K선생에게도 삼이 하나 분배되었다. 고생 끝에 삼이라니.
타고난 심마니 H선생... 산삼이 보인단다
듣기로 H선생은 자연스럽게 심마니가 된 사람이다. 처음에는 자기도 다른 심마니를 따라서 산을 탔다고 한다. 그렇게 동행한 첫날에 자신의 눈에 저절로 삼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캔 산삼을 같이 간 심마니가 모두 챙겨갔다고 한다. '삼은 원래 맨 먼저 보러 가자고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과거의 심마니 풍습은 그랬다고 하는지라 황당하게 들린다. 그는 이런 경험을 쌓으며 홀로서기를 해 여태껏 심마니 생활을 하고 있다.
H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그럼에도 산세를 살펴 조심스럽게 걷다 보면, 빈 손으로 내려오는 때는 적다고 한다.
'십중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십중칠팔'은 된다고 하니 심마니 재능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베풀 줄 아는 인심이 더해져서 그를 진짜 심마니로 만드는 것이라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