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진 작가정담북클럽에서 독자와 만나고 있다.
문가은
아니 에르노는 '체험하지 않은 현실은 쓰지 않는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는 작가의 노골적인 솔직함에 깜짝 놀란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니!
솔직함에 익숙해지면 더 놀라운 경험이 찾아온다. 독자가 읽고 있는 것은 낯선 외국 작가의 '나'라는 목소리인데, 어느새 시공의 거리를 뛰어넘어 독자인 나의 목소리로 쓰여진 것 같다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작가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이브토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한다. 작가가 실제 경험한 매우 구체적이며 개인적인 장면을 읽고 있는데, 독자인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가 살아온 시대, 살아온 방식, 나와 그의 관계를 떠올리고 있다.
공동의 글쓰기
신유진 작가는 아니 에르노가 타인과 공유하는 공동의 글쓰기를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남자의 자리>를 읽으며 경험한 것은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가 말한 문학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는 '문학은 개별적이면서도 특별한 자신만의 언어가 타인의 언어와 만나는 가장 독창적인 순간을 의미하며, 사적인 것들이 공적인 것들로 탈바꿈하는 공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자전적 소설이라고 분류하면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말하곤 한다. 신유진 작가는 아니 에르노가 보여준 진짜 용기는 실제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문학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진실'에 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라고 다짐하듯 말한 바 있다. ( <남자의 자리>, 19쪽)
쓰고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