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변호사
용인시민신문
'배상명령제도'는 형사사건 또는 가정보호사건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또는 가정보호사건 심리 절차에서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 다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민사적인 손해배상명령을 받아낼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하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법정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 보다 간편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 피해를 입은 의뢰인에게 배상명령을 신청할 것을 권유하게 되는 경우는 제한적입니다.
모든 범죄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 범죄는 상해, 중상해, 상해치사, 폭행치사상, 과실치사상,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손괴, 강간·추행 등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청소년 성매매 및 각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상의 범죄 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위 대상 범죄에 제한하지 않고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청구하는 경우보다 더 적은 금액만을 배상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배상명령의 배상 범위는 범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및 위자료(가정보호사건의 경우 부양료)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익 등 소극적 손해는 배상명령 배상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배상명령은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과실상계가 문제가 되는 경우나 후유장해로 감소된 소득 등 손해배상액을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배상명령신청이 각하됩니다.
위자료는 배상명령의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범위를 명백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의 경우 원금에 더하여 연 12%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데, 배상명령의 경우 대부분 해당 이자를 표시해주지 않고 원금의 배상만을 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배상명령을 받아 확정된다 하더라도 추후에 가해자와 다시 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남아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민사 판결은 확정되면 기판력이 발생하여 다시 손해배상금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없게 되나, 확정된 배상명령에는 기판력은 인정되지 않기에 가해자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배상명령으로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다시 다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상명령이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가 몇 년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배상명령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배상명령신청이 시효의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는 해당하나, 배상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판결을 통하여 확정된 채권으로서 10년으로 연장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법문상 명확하지 않습니다.
확정된 배상명령 채권의 소멸시효도 10년으로 연장된다는 하급심 판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판례가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해자로서는 보수적으로 배상명령 확정시로부터 3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시효를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필자는 많은 경우 범죄 피해로 상담을 받는 분들에게 배상명령제도보다 민사소송을 통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권유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가 명확한 경우 ▲ 손해액이 크지 않아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적은 경우 등에는 배상명령제도가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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