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투구, 그리스, 기원전 6세기, 손기정 기증, 상설전시관 기증실(2층)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그리스 청동 투구를 부상으로 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올림픽 규칙에 너무 비싸고 귀한 기념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어 손기정 선수는 그 투구를 받지 못했다. 50년이 지난 1986년 투구를 돌려받은 손기정 선생은 이를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심하여,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투구를 기증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임은희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교통이 편리해서 아이들과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지만 평소 아빠와 함께 갈 수 없었던 곳이라 선택했다. 무더위에 밥집을 찾아 나서거나 박물관 내 식당에서 줄을 서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얀 쌀로 밥을 지어 둥글둥글 주먹밥을 만들고 오이채와 토마토를 반찬통에 담았다. 얼음을 잔뜩 담은 개인 물통을 하나씩 들고 집을 나섰다. 마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전등과 가스 절전 버튼을 누르고 온수도 잠근 다음 현관문을 닫았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과 '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 특별전 그리고 상설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디언 전시와 상설전시를 보기로 결정했다. 큰 아이가 사물함에 도시락가방과 물통 등을 넣는 동안 작은 아이는 부리나케 맞은편 기념품매장으로 달려갔다.
유행에 민감한 초등학교 5학년에게 신상 굿즈(goods, 단순한 상품이 아닌 특정 스타 및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상품을 일컫는 표현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 기념상품도 이에 해당한다)를 파악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우리는 작은 아이를 기다려주었다.
과거의 인디언들의 거주용 텐트인 티피(tepee)부터 이주한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모습까지 다양한 인디언들의 모습과 그들의 수공예품들이 강화도의 화문석, 삼한시대의 솟대나 조선시대의 장승과 비슷하다고 재잘대며 관람했다.
특별전 관람을 마친 후 도시락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총 5곳의 식사 가능한 공간이 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성능 좋은 텀블러의 얼음은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