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못 보는 이 다큐, 꼭 상 받을 수 있길

이태원 참사 다룬 다큐 <크러시>의 에미상 수상을 기원하며

등록 2024.08.19 10:06수정 2024.08.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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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크러시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 크러시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

크러시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 크러시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 ⓒ 파라마운트


10.29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NATAS)에 따르면 <크러시>는 '뛰어난 탐사 다큐멘터리'(Outstanding Investigative Documentary)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고 한다. 이번 에미상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방영된 작품들이 대상으로, 메인 시상식은 오는 9월 26일 뉴욕 팔라디움 타임스퀘어에서 열린다.

어느새 10.29 대참사가 발생한 지 2년 여가 되어간다. 참사 2주기를 두 달여 앞두고, 정작 국내에서는 볼 수도 없는, 이 참사를 다룬 해외 다큐멘터리 작품이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참담하고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다.

이에 이 작품에 대한 소식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전하고자 펜을 든다.

<크러시>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를 집중 조명한 Paramount+ 의 오리지널 2부작 다큐멘터리이다. 씨잇나우스튜디오스(See It Now Studios), 올라이즈필름(All Rise Films) 등이 공동 제작했고, 2017년 일어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11분'(2022)을 연출한 제프 짐발리스트(Jeff Zimbalist)와 스튜 슈라이버그(Stu Schreiberg)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여기에는 당시 대중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과 CCTV 영상, 그리고 생존자와 목격자 인터뷰 등이 담겼으며 정부의 대응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메가시티인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무려 15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벌어졌으며 사망자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참사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그 여파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참사 당일 1500시간 이상의 영상 자료, 핸드폰 촬영 영상, CCTV 영상, 응급 구조대의 바디캠 영상 등을 통해 사건의 전후 상황을 상세히 재구성하고 있다. 생존자 및 목격자의 증언과 사건 현장의 충격적인 영상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참사 전후의 상황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유가족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하고, 정부와 관계 기관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특히 충분히 가능했던 참사의 사전 예방과 치명적인 초동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사건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이 비극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리고 정부 관리체계의 실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을 시도한다. 특히, 사건 직전 시민들의 신고 등 여러 번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하며, 한국 사회의 안전 문제와 시스템의 결함을 짚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과거의 비극과 연관 지어, 왜 아무런 죄 없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이런 사고로 자주 희생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크러시>에 대한 평가를 보면, 국제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감정적 전달력,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다룬 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점 등으로 찬사를 받은 것이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쟁작들의 수준도 높아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국제적 관심사를 다룬 만큼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들도 제법 있다.

국내에서 <크러시>의 에미상 후보 지명 소식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10.29 이태원 참사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주제로 여겨지고, 정부와 관계 기관의 책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고, 관련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지 않은 정부로 인해 사건은 축소/왜곡되었고, 이로 인해 여전히 생생한 상처로 남아 있는 한국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시청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애초에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도 미국 IP에 한해서만 볼 수 있도록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다큐멘터리의 주체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참사였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기생충>이나 <미나리> 같은 작품들이 우리들의 자부심을 자극하는 방식과 달리, <크러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대중적 관심을 끌기는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수록,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크러시>의 에미상 후보 지명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더욱 <크러시>가 꼭 수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로써 우리 모두가 이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제 개인 SNS, 브런치에도 동시 게재한 글입니다.
#크러시 #에미상 #CRUSH #이태원참사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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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서 기획/마케팅/영업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기술트랜드에 대한 공부와 함께 삶과 사랑에 대한 사색, 사회 현안과 이슈 등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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