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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생태교육장이라고? 부실·황당 그 자체

수초·수목 알려 주는 팻말조차 없어... 단계천 생태하천 연계 생태교육장 설계부터 '허술'

등록 2024.08.19 10:28수정 2024.08.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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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천 하천 복원과 연계해 기존 우산동 어린이공원에 조성된 생태교육장. 식재된 수목 명칭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없어 수목 식별조차 불가하다.
단계천 하천 복원과 연계해 기존 우산동 어린이공원에 조성된 생태교육장. 식재된 수목 명칭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없어 수목 식별조차 불가하다.원주투데이

강원 원주시가 최근 파손된 단계천의 보수계획을 수립 중이다. 바닥이 파인 보행로와 호안(제방 보호를 위한 시설)에 대한 중점 복구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하천과 연계해 조성한 생태교육장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계천 기본실시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교육장은 하천 시점부에 위치한 기존 어린이공원 일원에 조성됐다. 낙후된 공원을 하천과 연계해 생태학습이 가능한 오픈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세부 계획으로는 생태학습공간(초화원)과 생태체험공간(레인가든)을 조성, 수목 외 다양한 생물 종의 생장 과정 등을 관찰하는 한편 건습지는 생태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단계천 준공 후 생태교육장은 조성 목적에 부적합하게 설계·조성돼 전문가들로부터 잇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단계천 하천복원사업에 포함된 생태교육장은 기존 우산동 어린이공원에 '생태학습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조성돼 있다. 공원 안내판에는 수수꽃다리, 병꽃나무, 자산홍, 산수국 등 총 21개 식물의 식재 상황이 표기돼 있을 뿐 이외 생태학습 콘텐츠는 전무하다.

 단계천과 연계해 조성한 생태교육장.
단계천과 연계해 조성한 생태교육장.원주투데이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태교육장 조성의 핵심은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에 맞춰져 있다. 생태교육장 계획단계에서 해당 공간에 서식할 생물 종을 선택한 후 이들 서식에 적합한 별도의 환경을 구축하고 관찰·체험 등으로 인해 서식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계천 생태학습공원은 초화원(생태학습공간), 건습지(생태체험공간)로 구분해 설치됐으나 이들 공간에 수초와 수목만 식재됐을 뿐 학습과 체험, 관찰을 위한 요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초화원은 교육 공간으로 조성됐으나 단계천 준공 후 반년이 넘도록 이들 수목의 명칭을 알리는 안내 팻말조차 없다. 일반인들은 수종을 전혀 식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생태체험공간으로 조성된 건습지도 규모가 미미해 당초 목적대로 다양한 생물종이 생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체험 콘텐츠가 전무한 데다 이곳 또한 식재된 수초·수목의 명칭을 알리는 팻말조차 없어 체험은커녕 공원 내에서 별도의 체험공간으로 구별도 힘든 상태다. 여기에 기존 어린이공원 운영 당시 사용한 체육기구도 무분별하게 방치돼 생태교육장 조성 요건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조성한 생태교육장에는 기존 노후한 어린이공원에서 사용한 운동 기구도 그대로 남아있다.
새롭게 조성한 생태교육장에는 기존 노후한 어린이공원에서 사용한 운동 기구도 그대로 남아있다. 원주투데이

가로수시민연대 대표 최진우 박사는 "이곳은 '생태'라는 용어를 갖다 붙일 수 없는 공간"이라며 "생태교육장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일반 공원에 나무 몇 그루 옮겨 심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종 설계안을 바탕으로 조성됐다면 애초에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환경부 산하 공단이 시행한 공사에서 어떻게 이 같은 결과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현 생태학교 지구 공동의 집 대표도 "생태공원, 생태교육장은 다양한 생물종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갖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단계천 생태교육장 어디에서도 그러한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어린이공원을 하천복원사업에 포함시켜 사업비를 들여 새롭게 조성했음에도, 낡은 운동기구는 그대로 남아있고 여러 생물종이 자라야 할 공간은 상당 부분 잔디로 덮어버린 이곳을 생태공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시행사인 한국환경공단이 단계천 하천복원을 진행하면서 기존 노후한 공원을 하천과 연계해 생태학습장으로 설계한 것"이라며 "설계한 대로 조성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주단계천 #생태교육장 #생태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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