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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치기 해서 담은 이탈리아 시장 인터뷰... '소녀상' 오보 밝혀냈죠"

[인터뷰] 김희건 MBC 영상기자

등록 2024.08.20 10:00수정 2024.08.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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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건 MBC 영상기자
김희건 MBC 영상기자김희건 제공

제117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국제통일보도부문에 지난 6월 '이탈리아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위기에 처한 독일 소녀상들' 세 편을 영상 취재한 김희건 MBC 영상기자가 수상했다.

해당 리포트는 새로 세우는 이탈리아의 소녀상과 철거 위기에 놓인 독일 소녀상에 대한 취재를 담았다. 특히 이탈리아 같은 경우 제막식 전 일본이 비문 문구를 문제 삼았고 일본 언론 등이 수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MBC는 스틴티노 시장 인터뷰로 오보란 점을 밝혀냈다.

수상 소감과 함께 이탈리아와 독일 현지 취재는 어땠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8월 16일 수상자인 김희건 영상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영상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의 리포트로 수상할 수 있게 돼서 다른 때 수상했을 때보다 기분이 훨씬 좋고요. 이탈리아에서는 새롭게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을 담았지만, 독일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소녀상들을 취재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취재 중에도 속상하고 분노스러운 상황들도 많았습니다. 국내외 평화의 소녀상 관련해서는 계속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언론인들도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유럽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이번 취재는 정의기억연대에서 (같이 취재한) 변윤재 기자에게 단독으로 취재를 제안했습니다. 정의연 측에서는 사르데냐 스킨티노시와 같이 준비하고 있는데 국내 언론으로는 MBC만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도 현지 언론 한 곳만 현장 취재 요청한다고 했어요.


저희가 판단하기로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의 개입이 극심하다 보니 사전에 조심스럽게 준비를 해온 것 같아요. 저희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제막식 취재를 가기로 결정했고, 또 동시에 독일에서는 소녀상들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이에 대해서도 기획 취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베를린시에 있는 소녀상 아리가 철거될 위기에 있다고 국내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었고요. 그러나 저희가 볼 때 현장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잘 담아낸 리포트는 없었어요. 글 기사가 대부분이었고요. 그래서 카셀대학교 총장 그리고 미테 구청장 같은 결정권자들과 만남을 시도해 보자고 출장 계획을 꼼꼼히 짜봤습니다."


- 이번에 취재하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요?

"굉장히 많은데요. 처음에 출장 준비하면서 '이탈리아는 왜 우리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또 당사자인 우리 정부보다도 강하게 지지하고 관심 갖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탈리아도 전쟁 가해국이잖아요. 가해국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해요. 또 스틴티노 시장 같은 경우는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고요.

최근 독일의 소녀상에 대한 입장은 굉장히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독일에 소녀상이 설치될 수 있었던 이유도 독일도 전범 국가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거와 역사를 반성하고 전쟁 중 성폭력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고민하는 마인드가 굉장히 부럽다고 생각했고요."

- 심사평 보니 이번 보도는 일본 정부의 방해와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소녀상을 건립하는 이탈리아 시 당국의 노력과 교민들의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 등이 높이 평가 받은 것 같던데.

"사실 유럽 셀럽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 한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설레는 역사의 한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이유로 비공개 속에 준비하기도 했고, 제막식 일정이 공개되고 나서도 국내외에 다른 이슈에 좀 묻혀서 처음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제막식 하루 전에 일본 정부의 개입이 보도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는 이슈가 돼버렸더라고요. 그때 보도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스틴티노 시가 이 평화의 소녀상 비문의 편향성을 인정하고 수정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확인이 굉장히 중요해졌어요.

저희가 제막식 하루 전날 사르데냐섬에 들어갔고 소녀상에서 불과 5분 떨어진 곳에 숙박하고 있었거든요. 그 보도를 보고서 화들짝 놀랐습니다. 국내에서 여기에 와 있는 언론은 저희가 유일했어요. 그래서 제막식 당일 오전에 사실 확인하러 스틴티노 시청 앞에 찾아갔어요. 사전에 스틴티노 시장에 저희 변윤재 기자가 인터뷰 요청을 한번 했지만 거절했었거든요. 그런데 당일에 저희가 시청 앞에서 일종의 뻗치기를 했죠. 스틴티노 시장이 저희를 시장실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스틴티노 시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하게 됐어요. 스틴티노 시장이 비문 변경은 없다고 굉장히 명확하게 입장을 얘기했고요.

당시 리포트를 보면 표정이나 말투 같은 게 굉장히 확고하거든요. 그래서 전날 일본 언론과 국내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오보라는 걸 저희가 밝혀냈고 그런 부분들을 심사에서 높게 봐주신 것 같아요."

"소녀상 제지하려는 가해국 일본... 우리 정부도 제대로 대응해야"

 MBC와 인터뷰하고 있는 스킨티노시 시장의 모습.
MBC와 인터뷰하고 있는 스킨티노시 시장의 모습. MBC

- 제막식 보셨을 거 같은데 어땠나요?

"사실 저는 사람들이 많이 올 줄을 사실 몰랐어요. 왜냐하면 여기가 도시처럼 붐비는 곳은 아니었거든요. 찾아보니 사르데냐섬이 일반인도 오기는 하지만 셀럽들이나 자산가들이 별장을 갖고 있거나 요트를 타러 오는 등 한적한 느낌이더라고요.

일단 전날엔 곧 소녀상이 설치될 것이라는 생각에 벅찼어요. 그러나 한적한 곳이라 사람들이 엄청 올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일 가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영상 취재 동선 짰던 제 계획도 많이 틀어졌어요. 그리고 스틴티노 시장 주도로 여러 여성 정치인이 함께 왔다고 들었고요. 소녀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국내 관계자들도 각지에서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 보니, 현지 관광객들이나 주민들도 호기심 갖고 제막식을 끝까지 함께 지켜보더라고요. 제막식이 성황리에 시작이 돼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기분이 좋았고요.

저는 제막식을 마치자마자 라이브가 잡혀 있어서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여유롭게 제막식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군데군데를 관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로는 일종의 파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 일본에서는 비문에 대해 어떤 걸 문제 삼는 건가요?

"평화의 소녀상 비문에 '일본 정부'라고 딱 명시된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본 정부가 계속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독일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라고 강한 워딩을 썼어요. 근데 일본은 일본 정부라고 주어를 포함해 버린 문장에 대해서 문제로 삼고 있고요.

이 문장은 정의연이 아니라 스틴티노 시의 제안으로 먼저 새겨졌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스틴티노 시는 그 당시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서 이 과거사에 대해 지우려고 하는 행위가 범죄라고 보고 있어요. 일본이 그런 행위를 계속 시도하니까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한 건데 일본 정부와 언론은 제막식 하루 전까지도 이 문구에 대해서 변경을 시도했고, 스틴티노 시장은 오히려 더 강하게 불쾌감을 표한 거죠."

- 우리 입장에는 고마운 거네요.

"그렇죠. 우리 입장에서 고마운 것도 있고 배워야 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 배워야 할 건 뭘까요?

"리포트가 나가고 국회 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한번 짚었어요. 이탈리아 소녀상과 관련한 우리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어요. 이처럼 우리나라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아요. 가해국인 일본은 앞장서서 여러 루트로 이 평화의 소녀상을 제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3자인 이탈리아에서는 연대하면서 이런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해 주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 대책이 미흡한 거 아닌가 반성도 해야 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 독일에서 소녀상 철거위기에 놓인 걸 취재했잖아요. 독일만 문제가 있나요? 아니면 유럽 다른 나라도 문제가 있나요?

"공식적인 해외 소녀상이 이탈리아까지 해서 14곳에 있는데요. 현재 철거 위기까지 간 건 독일 베를린이라고만 알고 있고요. 다만 이탈리아 소녀상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비문 변경을 요청했고 아마 일본 정부는 손 놓지 않을 것 같아요. 이에 맞서는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이 없다면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란 불안감도 있기는 합니다."

- 독일 취재에선 우테 클라멘트 카셀대 총장의 표정을 디테일하게 담은 게 인상적이었는데.

"학생들이 준비한 퍼포먼스가 있었어요. 영상에도 나오지만, 거울 가면을 쓰고 거길 돌아다니거든요. 특히 총장이 말할 때는 옆에 서서 총장 얼굴을 반사시키고 또 총장의 철학이 담긴 연설 이후에 학생들의 퍼포먼스는 더 격렬해졌어요. 그리고 총장이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라고요.

방송에 보도된 것처럼 불편한 표정으로 떠나기도 했는데요. 리포트 분량은 짧아도 상황이 진행되는 내내 집중하는 이유는 결국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함이잖아요. 카셀대학교에서는 현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함축적인 장면이 카셀대학교 총장이 언짢은 표정이었다고 생각해요."

- 이번 영상 취재에서 중점 둔 부분은 뭔가요?

"저희가 총 4곳을 방문했는데 각각 공간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잘 담아내는 게 기본적으로 중점 둔 부분이에요. 물론 당일 방송 리포트에서 쓰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취재해 가면 MBC 뉴스 영상 시스템에 아카이브가 돼서 두고두고 기록되거든요. 또 뉴스는 물론이고 차후에 제작될 자사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될 수 있고 이런 걸 고려해서 다양한 장비로 영상 평화의 소녀상들을 담아냈고요.

두 번째는 결정권자들 만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베를린에서는 미테 구청장 그리고 카셀대학교에서는 카셀대학교 총장처럼 이 평화의 소녀상의 존치 여부의 키를 잡고 있는 결정권자들 만나고자 사전부터 노력했습니다. 결정권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을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들이 이야기할 때 저희가 독일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데 배로 집중했던 것 같아요.

또 세 번째로는 드론 취재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틴티노 제막식에서 꼭 드론 취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화의 소녀상이 어떤 공간에 세워지는지 시각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거든요.

영상 기자들은 드론 취재에 있어서 법과 절차를 굉장히 중시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취재를 위해 유럽 항공안전기구인 EASA 드론 규정에 따라서 LBA 독일 드론 자격증을 취득해서 갔고요. 또 사전에 스틴티노 시 측에 요청해 스틴티노 시에서 드론 촬영을 공식적으로 하겠다는 허가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사르데냐섬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하게 사람이 굉장히 많았던 제막식에서 지상 취재도 하고 또 풀샷도 취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영상기자> 151호에도 중복게재합니다.
#김희건 #소녀상 #이탈리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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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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