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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수사심의위' 준비절차 본격화…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도 대상…'알선 대가' 등 요건은 더 엄격 "포괄적 해석해야" 주장도…서울의소리 "최목사 진술 청취" 요구

등록 2024.08.25 17:04수정 2024.08.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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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디올 명품백'을 받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를 확정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암지검장.
검찰이 '디올 명품백'을 받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를 확정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암지검장.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이도흔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직권 회부함에 따라, 소집 절차와 회의 준비 작업이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검토할 현안위원회 구성 후 열릴 심의기일에서도 핵심 쟁점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관련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에 회부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들 혐의 역시 직무 관련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사무에 관해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규정과 마찬가지로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죄도 금품의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명품가방·화장품 등이 단순히 접견을 위한 수단 또는 친분관계에서 오간 선물로 보고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죄는 금품 수수에 대해 직무관련성뿐 아니라 '알선의 대가'가 존재했음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죄보다도 혐의 성립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수사팀 결론이다.

대법원 판례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품 등 수수의 명목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 금품 제공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금품을 교부한 정도만으로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장 역시 수사심의위 회부를 지시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는 단서를 붙였다.

수사심의위 회부가 실질적으로 판단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충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직무관련성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스승의날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것조차 금지할 만큼 폭넓게 적용해 왔다"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도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알선수재죄나 뇌물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로 보고 뇌물죄로 기소했다"며 "부부 사이도 예외라고 할 수 없는데 이 사건에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이러한 법리적 쟁점을 둘러싸고 증거들과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 등을 두루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심의기일에 30쪽 이하 분량의 의견서를 내야하고, 사건관계인은 현안위원회에 출석해 45분 이내에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신경전은 시작됐다.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 성명을 내 수사심의위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구성하고, 최재영 목사가 직접 참여해 진술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사심의위가 '김건희 면죄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면 무효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기존 불기소 판단 내용 등을 재검토하며 개진할 의견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은 앞서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자 "검찰총장의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절차가 지체 없이 진행된다면 수사심의위원장이 이번주께 150∼300명의 외부 전문가 위원 중 15명의 현안위원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하고, 9월 첫 주에 심의기일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이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 달 15일 전까지 마무리될 수 있지만, 위원 선정과 사건 검토 등에 시간이 더 걸릴 경우 차기 총장이 결론을 내야 할 수도 있다.

hee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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