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에서 비행하는 새오리기
임도훈
뻐꾸기는 탁란에 실패했다. 농성장을 설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울어대던 뻐꾸기 소리가 사라졌다. 탁란할 둥지를 찾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탁란의 숙주가 되는 새들은 뻐꾸기가 오면 바로 경계한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농성장 주변의 숙주가 되는 새들은 자신의 새끼를 뻐꾸기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그래도 농성장을 찾았던 뻐꾸기가 다른 곳을 찾았기를.
지난 100여일간 농성장을 지키면서 눈으로 확인한 새의 종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민물가마우지, 노랑발갈매기,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검은댕기해오라기, 물총새, 흰목물떼새, 흰물떼새, 깝짝도요, 삑삑도요,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가, 제비, 꾀꼬리, 뻐꾸기,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딱새, 칡때까치, 때까치, 파랑새, 참새, 꿩, 큰부리까마귀, 후투티, 까치, 물까치, 멧비둘기, 새호리기, 황조롱이, 방울새...
텃새와 여름철새만 36종이나 확인된 것을 보면 종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이 정도면 새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왜일까.
[세종보 상류 겨울 철새] 수문개방 후 2배로 늘어나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금강의 겨울철새를 조사해왔다. 세종보 개방 전후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세종보 상류 12km 구간을 살펴보면, 수문 개방 전인 2017년까지 겨울철새는 2천 여 개체였다. 그 뒤 4천 개체 내외로 급증했다. 종수 역시 50종에서 78종까지 증가했다. 특히 큰고니(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다가 2023년 48개체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겨울에는 100개체로 늘었다. 겨울철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조류만 17종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