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유효한 130년 전 민중의 경고

판화작가 박홍규 '개벽의 꿈, 내포의 하다' 전시... 동학혁명 인물·사건 등 주제로 30여점 준비

등록 2024.08.26 16:44수정 2024.08.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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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녹두꽃은 영원하리 ] 1919년 작. 동학혁명에서 항일의병까지 활약했던 동학농민군의 모습을 새긴 목판화. ⓒ 박홍규

[ 녹두꽃은 영원하리 ] 1919년 작. 동학혁명에서 항일의병까지 활약했던 동학농민군의 모습을 새긴 목판화. ⓒ 박홍규 ⓒ 박홍규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판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남한과 일본이 가까워지고 있다. 한편에 북중러가 있고 다른 한쪽엔 한미일이 맞서는 국면이다.

이러다 과거 한반도에서 벌어진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130년 전에도 한반도 패권을 노리고 주변국가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일이 있다. 청일전쟁(1894~95년)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 정권이 동학 농민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를 빌미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진입했고 이땅에서 벌어진 청일 간 전쟁으로 동학 농민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은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부의 분열이 외세의 개입을 불러왔고 엄청난 희생만 치른 채 국권을 잃었다. 그 뒤로 130년의 세월이 흘렀다.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판화전 '개벽의 꿈, 내포하다'가 오는 9월 2~13일 이음창작소에서 열린다.

"과거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돼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예산 주민들이 뜻을 모아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박홍규 작가 초대전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판화전을 준비했다.

개막행사는 9월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전시기간 대담회도 진행한다. 추진위에 따르면 9월 9일 오후 2시 이음창작소 전시실에서 예산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박성묵 회장과 박홍규 작가가 주고 받는 대담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왜 130년 전에 발생한 동학농민혁명을 주목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회장은 "동학농민혁명은 과거 역사적인 사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시대정신으로 계속 살아 꿈틀거리는 사건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을 통해 현재화 시키는 노력들이 중요하다"며 "판화전이 1894년 동학혁명의 전체적인 모습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역사적 팩트가 담긴 작품들을 통해 단편적이라도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역사적 실천운동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예산도 관작리에 예산동학농민혁명기념탑공원이 있고, 동학군 주둔지였던 역리, 동학군 본부가 설치됐던 성리, 동학군 우물이 있선 송산리, 대흥관아 점령 사건이나 등 당시 동학농민혁명운동의 역사가 새겨진 곳이 여럿 있다.

무엇보다 천도교 4대 교주 춘암 박인호 선생의 고향이 덕산 양촌면이라는 점에서 예산과 동학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더 긴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 중인 박홍규(65) 작가도 춘암 선생을 주목하고 관련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박 작가는 "춘암 박인호 대접주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춘암 선생은 동학혁명 이전부터 황해도까지 여러번 왕래하면서 포덕(포교)을 했다. 해월 선생에 의해서 포덕 책임자로 간 것 같다"며 "그렇다면 내포에서 배를 탔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포에서 해주로 배를 타고 가는 춘암 선생과 일행을 표현한 작품을 제작했고, 이번 전시 포스터 작품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전북 부안 출신인 그는 홍익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작가의 꿈을 펼치려던 시기 "군사독재시절이었다. 자유도 억압돼 있었고, 그림도 검열이 있었다. 그림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어려웠다"며 조각도를 놓고 농사꾼이 됐다.

26세에 부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회에 투신해 부여군농민회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예산군농민회와의 교류도 그때 이뤄졌으며, 40대 때부터 동학을 주제로 판화 작품을 해왔다.

그는 "춘암 선생이 재조명돼야 한다. 나이 들어 4대 천도교 수장이 되면서 일본군을 멸하는 기도를 대대적으로 벌이다가 감옥에 붙잡혀서 돌아가셨다. 그때 60세가 넘은 나이다. 마치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 전시를 위해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 접주급 인물들, 우금치·대둔산 전투 등 각 지역에서 있었던 중요한 투쟁들 그리고 에피소드 등을 형상화한 작품 30여점을 준비하고 있다.

"예산 주민들이 전시작을 통해 동학혁명 당시 백성들이 왜 죽음을 무릅쓰고 척왜를 외치고 반봉건 투쟁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고, 결국 동학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그 뒤 역사가 이어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며,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대신 굴욕외교라는 국민적 비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 일본강점기 반인권적 전쟁범죄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반성 요구를 거둘 태세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이같은 일련의 대내외적 행보를 한일 군사동맹 체결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이는 일본 군대의 한반도 상륙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130년 전 동학 농민이 일본군의 총칼에 죽임을 당했던 역사, 러일전쟁 뒤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가 한반도를 병탄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이번에 열리는 '개벽의 꿈, 내포하다'전을 통해 만나는 130년 전 민중이 전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동학학명 #박홍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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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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