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엄마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픽사베이
사실, 누구나 운동해야지, 운동하면 좋지 하는 흔한 이유 말고도 악착같이 운동을 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들에게 숙제하라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되고, 딸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스마트폰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 식구가 사는 집에서 가족들과 살 부비며 모든 순간을 공유하는 건 안온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지만 가끔은 6평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던 때가 미치도록 그립다. 운동은 오롯이 나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명분이 되어준다. 놀러가는 게 아니라 운동 간다는데 어느 남편이 안 된다고 하겠는가.
코어 힘에 집중하며 다리를 들어올리고 몸통으로 버티는 동안에는 딴 생각할 틈이 없다. 오로지 지금 하고 있는 동작의 자세가 바른지, 힘 쓰는 근육에 자극이 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거울 속 땀에 젖은 나는 엄마가, 아내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일 뿐이다.
삶의 중심이 내가 되어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를 지키며 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에 치여서, 친구들에게 휩쓸리다 보면... 등의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결혼한 사람 중에는 부모의 역할을 감당하느라 '나'를 뒷전에 두는 경우가 많다.
운동 가방을 들고 있는 내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아주머니께서 물으셨다.
"직장 다니고 어린 애들 키우며 운동 할 시간이 있어?"
"체력이 있어야 일도 하고 애들도 보죠."
애 엄마가 애들은 어쩌고 이 시간에 운동이냐고 묻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을 했다. 부지런하다는 칭찬의 말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 걸까? 귀가한 아내를, 엄마를 반갑게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번엔 남편이 운동 나갈 채비를 한다. 나의 '혼자있음' 만큼 그의 시간도 존중해야 공평하다.
"엄마, 1킬로그램이라도 빠졌어?"
첫째 아이가 묻는다.
"엄마 살 빼려고 운동 하는 거 아니야. 건강해지려고 하는 거지."
대답하며 슬쩍 거울을 한번 쳐다본다. 솔직히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건 아니다. 4개월동안 4킬로그램이 빠졌다. 3개월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네, 아이 낳고 17킬로그램을 감량했네 하는 릴스나 숏폼이 넘쳐나는 것에 비하면 나의 변화는 느리고 미비하다.
그래도 내 속도에 맞추어 꾸준히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 기분 좋은 건 체지방만 줄어든 게 아니라 근육량도 늘었다는 점이다. 다이어트에서 운동보다 효율적인 건 식습관 관리인데 아이들 밥 차려주다 보면 간 본다고 한 입, 남은 반찬 치운다고 한 입. '한 입'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지금은 일주일에 사나흘, 1시간 남짓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적어도 3-4년은 더 둘째를 키워야 하고 그때쯤이면 마흔보다는 쉰에 가까운 나이가 되겠지만 어떠랴. 운동을 지속하면서 또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만으로도 몸이 들썩들썩한다. 영어공부, 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해지했던 적금도 다시 시작했다. 단, 이번엔 1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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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보았다가도 또 생각나서 찾아 읽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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