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연주하는 수연서와콩의 수연. 기타 솔로 파트를 연주한다.
임현택
무대에서 보이는 것, 든든한 사랑과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을까요?
서와 : "최근에 했던 공연들이 먼저 생각이 났는데, 산청 원지 강변에서 목화장터가 크게 열리던 날이었어요. 그날은 여러 공연팀이 있었고 저희는 여러 순서 중에 한 순서였어요.
그런데 그날 느낌이 뭔가 좀 평소랑 달랐어요. 주변에 자연이 있고, 앞에 사람들이 앉아서 저희를 보고 있잖아요. 모르는 얼굴도 많이 있지만, 친구들도 많이 있고, 나를 이모라고 부르는 그런 어린이들도 많이 앉아 있었어요. 저는 사실 아직도 제가 막 앞에 나서는 걸 잘하는 성향이 아니다 보니까 공연을 할 때 사람들 눈을 잘 못 쳐다보겠어요.
그래서 우리 노래가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를 보고 싶을 때 용기 내서 한 번씩 사람들의 얼굴을 보곤 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뭔가 마음이 되게 놓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되게 어떤 커다란 마음을 내가 받고 있다는 게 갑자기 확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안심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날이었어요. 기분이 되게 뭔가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한동안 그 공연이 생각났어요.
저희가 처음 서와콩이라는 이름도 없이 목화장터에서 공연했을 때 바라보던 풍경과 뭔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목화장터에서 노래하며 바라보는 사람들과 풍경에서 '시간이 지난 만큼 매우 많은 게 달라졌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뭔가 뭉클했나 봐요."
수연 : "저는 공연할 때 순수해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요. 음악은 기본적으로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만큼 순수하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거 같아요. 순수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스스로 부족함을 항상 많이 느껴요. 그래서 순수하게 정말 재밌고 음악이라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한 건 손에 꼽는 것 같아요.
공연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느껴지거나, '이렇게 할 걸'싶은 게 되게 많아요. 언젠가는 여기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쉬움이 없었던 공연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몇 해 전에 충남 홍성에 있는 밝맑도서관에서 공연할 때 재미있었어요. 그때 순수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만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이건 제가 더 갈고 닦는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연)
서와 : "아, 장소가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건 통영 사량도라는 섬에서 바지선 위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멀미가 엄청 났어요. (모두 웃음)"
"우리에게 성공은 우리를 잃지 않으며 음악 하는 것"
- 보통 음악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유명한지로 성공의 기준을 세우기도 하잖아요. 혹시 유명해질 생각은 없나요? 방송에 출연하라는 권유도 받아봤을 것 같아요.
수연 : "사실 안 유명해지고 싶어요. 유명하다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들 것 같고, 음악적으로도 너무 대중적인 결을 피해 가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들이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거든요. 어쩌다 유명해지면 그건 괜찮긴 할 것 같아요. 누나는 그마저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지만요."
서와 : "사실 저한테 음악이란 건 늘 좋아하는 것이긴 했는데, 방송 같은 데에 나가거나 하면 누가 더 뛰어난지 겨루는 거잖아요. 내가 음악을 하는 것이 누군가와 겨뤄서 넘어설 만큼의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공연이나 강연을 많이 다니면서 넉살이 늘긴 했지만, 어디 가서 눈에 크게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만약 유명해진다면 피곤할 것 같아요."
- 서와콩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수연 : "우리 삶의 무언가가 들어가 있으면 좋겠어요. 직접적인 사건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가 삶에서 만난 고민이나 문제를 토대로 노래를 만들고 싶고요. 음악적으로는 최대한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서와콩이라고 하면 변화무쌍하다고 생각되는, 그러면서도 우리들만의 개성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소소하게 지키고 있는 것 한 가지는 외래어를 안 쓰는 거예요. 앞으로도 웬만하면 우리말로 된 가사를 쓰고 싶어요."
서와콩은 다가오는 가을, 합천 시시숲밭에서 열리는 <시시숲장>에서 공연을 한다. 산청 마리의 부엌에서 열리는 가을 플리마켓에서도 공연을 할 예정이다. 꽤 자주 공연을 하지만 따로 서와콩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지 않으니, 공연을 볼 기회가 드물지도 모른다(공연 소식은 인스타그램 @seowa__ 를 참고).
어쩌다 서와콩의 공연을 보게 된다면 동영상으로 저장해두는 편이 좋다. 분명 한 번쯤 가사를 곱씹으며 다시 듣고 싶게 될 것이므로. 한 번 제대로 들으면 푹 빠지게 되는 서와콩 음악의 특성상 팬덤은 전국 곳곳에 분포돼 있으나 아직 제주에서 공연을 해본 적은 없다고 한다. 제주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계신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겠다.
아이처럼 푸르고 고운 마음으로 살고 싶어지는 봄의 플레이리스트로, 소란한 여름을 닫는 휴식의 플레이리스트로, 쓸쓸함이 아니라 익어감을 느끼고 싶은 가을의 플레이리스트로, 겨울에 옹기종기 모닥불 앞에 모여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로 사계절 언제나 서와콩 음악을 곁에 두고 함께 꺼내먹자. 서와콩 노랫말처럼 고운 마음 간직하며 건강하게 살자.
진행 / 자유
글 / 푸른
글쓴이 : 푸른
내 이름도 별명도 살고 싶은 모습도 '푸른'. 나는 따뜻하거나 뜨거운 사람.
어린이의 벗 되어 살고 싶다. 어린이 해방을 꿈꾸며 산청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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