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한 여성들, 다시 강남역에 모인 이유는

강남역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대학생 긴급 기자회견과 공동행동 열려...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등록 2024.09.06 09:47수정 2024.09.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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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공동행동 강남역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 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공동행동강남역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여성 시민 대학생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서울여성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서로에게, 모든 여성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우리는 피해자를 혼자 두지도 않을 것이며, 이 사건이 덮히도록 두지도 않을 것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모아서 세상을 바꿀 불길로 만들 것이다."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은 지난 8월 29일 오후 2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가담한 가해자와 이를 방조한 국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4개의 대학생 단체, 시민 단체, 진보 정당이 참여하여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다음 날인 8월 30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이들은 다시 모였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 말하기 대회 _ 분노의 불길'의 첫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분노의 불길'은 서울여성회와 서페대연이 40여 개의 여성 시민단체들과 120여 명의 개인(24.09.02 기준)과 결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에서 주최했다. 30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강남역에서 말하기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9/6 금요일 저녁은 보신각 집회에 결합한다).

이 글은 공동행동의 일원이자 서페대연의 운영위원으로서, 이번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취지를 더욱 자세히 알리기 위해 작성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포스터 8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포스터(아래 공동행동). 공동행동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포스터8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포스터(아래 공동행동). 공동행동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서울여성회

두려움이 아닌 분노로, 무력감이 아닌 힘으로

긴급 기자회견과 공동 행동의 결성까지,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서페대연 집행부 회의였다. 다음 학기 동아리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논의는 자연스레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이어졌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방이 전국적으로 몇 백 개 학교에 퍼져있고 군대에도 있다는 소식을 듣기 전부터, 이미 서울대와 인하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4년 전부터 있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다.

그러나 당장은 마음이 복잡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생각도 들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우리는 계속되는 여성 대상 폭력과 범죄 소식을 8년을 견뎌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저 깊이 생겨났던 것은 아닐까?


"내 친구들이 화가 나고 불안해서 잠이 안 온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 것은 이 사건으로 많은 친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해 준 서페대연 집행부의 말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얼굴이 어디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고, 화가 나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밤새 키보드 배틀을 했다고 말했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성들은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자"고, 절대 서로를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이 여성들의 불안과 피해를 눈 감을 수 있는가? 여전히 성착취가 만연한 성차별 사회에서 나는 이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더 이상 여성들에게 이 사건이 더 무기력과 두려움으로만 남는 사건으로 남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물러나, 여성들이 평생 안전한 곳 없는 세상에서 불안해 하며, 누구 하나 믿을 사람 없이 살아야 하는 세상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다시 '강남역'으로 모일 때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다른 누가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발언하는 참가자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기자회견에서 강나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진)씨가 발언하고 있다.
발언하는 참가자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기자회견에서 강나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진)씨가 발언하고 있다.서울여성회

이러한 절박함과 분노는 발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 교육센터장은 "어떤 투쟁은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한다"며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며, 여성을 모욕하는 사회와 싸워서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우리는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공간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화장실과 공공장소에서 활보하고 다니기 위해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가 여성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토론하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사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런 사회를 만들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정부 부처와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남성 참여자인 신래훈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운영위원도 발언했다. "이건 남성들이 억울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며 "남성들도 여기에 그저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해결의 자세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성 폭력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와 인권에 대한 문제다. 특히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는 상호 호혜와 신뢰라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전조로 파악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의 비율이 특정 젊은 세대에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시민 의식이 전무한 세대를 키워내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에 대한 남성들을 비롯한 전 사회적인 지지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날 긴급 기자회견에는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 /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 부천새시대여성회 /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 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 / 정의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 정의당 페미니스트 여성정치클럽 / 충남대학교 여성주의실천동아리 빅웨이브 / 충북대학교 여성주의 동아리 우레 / 카페 두잉이 함께 했다.

가면을 벗어던져, "지워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다!"

다음 날, 강남역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의 <말하기 대회_분노의 불길>이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가면을 벗어던지며 구호를 외쳤다.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지워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다!
익명 뒤에 숨어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자 OUT!
여성을 모욕하는 사회를 갈아엎자!
지워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다!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

가면을 벗어던지는 퍼포먼스에는 여성을 모욕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의 가면을 벗겨내고, 여성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여성에게 조심하라는 세상과 성차별 사회를 드러내 뿌리 뽑고, 익명 뒤에 숨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들을 밝혀내 처벌하자는 의미다.

"어린 시절에는 여자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도 했고, 성인이 된 후에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을 때는 나의 행동을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이 저에게 심어준 성차별적인 시선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내가 여성인 게 문제고, 피해자인 내 행동이 문제입니까?
저는 이제 저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고 내가 느껴야 할 감정은 수치심이 아니라 분노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40대 비혼 여성 이경희

"한 법무 법인에서 이 문제를 대응하는 카페를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논의하고 싶은 가해자들이 줄지어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법은 누구의 편인가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 받게 해서 이 문제를 뿌리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감형 받게 해줘서 수임료 받을 생각에만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니 분노가 치가 떨립니다."
-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표 정영은

후원으로, DM으로, 행동으로 모이는 연대의 마음

딥페이크 성범죄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에 여성과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긴급 기자회견의 유튜브 라이브는 100여 명이 동시 시청 했고, 공동행동 앞으로 후원이 쏟아졌다. 광주 비혼 여성 공동체 '비컴트루'에서는 여성들의 후원금을 모아 100만 원을 전달해주기도 했다.

서페대연의 인스타그램 DM으로는 나서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 대학생은 아니지만 한 서울 시민으로서 함께 하고 싶다는 메시지 등이 왔다. 현재 공동행동에 40여 개의 시민 단체, 대학생 단체와 120여 명의 개인이 가입했다. 인스타툰 작가 정켈(@me_kellangelo)님 또한 연대의 만화를 그려주시기도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앞으로도 여성들의 불안과 분노를 전하는 인터뷰를 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거리에 설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용기가 되는 시간을 다시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은 여성과 시민들의 힘을 모아, 오는 6일 보신각에서 집회에 함께한다. 다음 주 금요일, 9/13부터 매주 저녁 7시에 강남역에서 '말하기 대회 _ 분노의 불길'을 이어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소식 보기]

서울여성회 인스타그램 @seoulwom

서페대연 인스타그램, 트위터 @seoulfemi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단체/개인 참여 신청 링크]

https://bit.ly/deepfakeout
#딥페이크 #텔레그램 #딥페이크성범죄 #너희는우리를능욕할수없다 #서울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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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회는 서울 여성들의 자기성장,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생활인 여성들의 공동체입니다. 2007년 7월에 창립하여 서울여성문화축제, 서울여성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성교육 및 부모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 지킴이 활동과 식량주권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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