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은퇴자(가명). 본인의 원에 의해 뒷모습만 촬영했다.
김부규
정년 퇴직 이후에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됐으니까 가볍게라도 뭐 좀 해볼까 하고 여기저기 일자리도 알아보면서 알바라도 해보려고 치과 기공소에 들어갔어요. 컴퓨터로 치아 임플란트, 틀니 틀을 만드는 회사였어요. 기술이 없으니까 책상에 앉아서 하라는 대로만 따라했어요. 거기는 진짜 점심시간 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서 주어진 일을 해야 했어요. 너무 답답했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보름 만에 관뒀어요.
그후 좀 쉬다가 지인의 권유로 학교 당직원에 지원했어요. 그것도 6군데 넣었는데 면접에조차 부르지도 않았어요. 일자리 잡는 게 쉽지가 않았죠. 7번째만엔가 처음 면접을 봤어요. 두 번째 면접에서 됐어요.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13개월 근무했어요. 2명이서 교대로 근무했죠(학교 당직전담실무원). 근데 조금 해보니까 불편한 게 처음에는 잠을 못 잤어요. 잠자리가 바뀌고 또 과거 현직 때 당직 서듯이 괜히 긴장이 되는 거예요. 잠을 또 푹 자지 못하니까 그다음 날 하루를 쉬어도 그렇게 편치는 않더라고요. 1년이 넘어가니까 밖에 나가서 자는 게 좀 아닌 것 같았고 집에 안식구 혼자 놔두고 나가서 잘라니까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 지인을 통해서 이 회사로 옮기게 되었죠."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과거 직장에서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직장동료가 있었는데 이 회사 대표님과 친구였어요. 그래서 그분 소개로 직장을 옮기게 됐어요. 제가 학교 당직 일을 관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이었어요. 전임자가 경찰 출신인데 3개월 후 퇴직이 예정되어 있어서 자리가 나게 된 거죠. 직장 동호회 회원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좋은 직장을 구한 거죠."
- 관리부장으로서 회사 업무 전체를 총괄하시는 건가요?
"제 직함이 관리부장이지만 회사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아니에요. 소규모 회사의 관리부장이라는 직함은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아니고 대외 이미지를 위해 붙여주는 명칭이라고 보면 돼요. 우리 회사는 건물 관리가 주업무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제외하고 집합 건물이라고 하는 상가 건물이나 오피스텔 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우리 회사가 관리하는 서울, 인천, 고양, 부천시 소재 건물 80여 개에 파견 나가 있는 직원 140여 명의 인사와 노무관리, 그리고 총무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챙겨야 하는 일이 많아요. 처음 일을 맡아서 할 때는 이것저것 몰라서도 그랬겠지만 이거 일이 별로 없네 했다가 몇 달 근무해 보니까 챙겨야 될 게 자꾸 생기더라고요. 사실 업무적인 부분은 난이도가 높거나 부담스러운 일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일이라는 게 차츰 알아가다보니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니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현재로서는 어떤 목표가 있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은퇴 후 일자리가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가정에 경제적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 이 직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회사와 근로계약을 할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근무하는 걸로 계약했어요. 제 전임자는 오후 3시까지 근로계약을 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업무량이 많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일이 많아져서 1시간 더 늘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조기 퇴근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조금 일찍 퇴근하면서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죠. 일찍 퇴근하면 손주와 같이 놀아줄 수 있어 그 시간이 행복해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제 근무 시간이 6시간이잖아요. 8시간 근무한다고 보고 계산하면 최저임금 수준이 될 거예요. 이게 퇴직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급여수준이죠. 젊은 사람을 안 쓰고 그 자리에 퇴직한 사람을 채용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급여가 좀 적어도 되니까 이런 근무형태가 생긴 것 같아요."
- 은퇴 후 부인과 두 분 생활비는 얼마나 드나요?
"한 300만 원 정도 들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 여행도 간단하게 갔다 오고 또 이래저래 둘이 사는 데 그 정도는 들 것 같아요. 두 사람 생활하는 데 불편함 없는 수준으로 만족해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근무하실 계획이신가요?
"사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앞으로 2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 이 회사에 들어올 때 3년 근무로 계약했어요. 1년 가까이 했으니까 2년은 더 근무할 수 있고,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연장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