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긴급 스쿨벨 24-2호딥페이크 성범죄 처벌과 신고 및 예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임은희
딥페이크 관련 공문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강력한 '텔레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악용한 범죄였던 N번방 사건 때와 비슷했다. N번방은 피해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피해를 입힌 끔찍한 성착취 범죄였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처벌 받지 않은 채 끝났다.
딥페이크 범죄는 단기간에 드러나는 형태의 신체적, 금전적 피해를 남기진 않았지만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혼자 자기 컴퓨터에서 작업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어느 정치인 발언에서 알 수 있듯,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관련 기사:
"예술작품"? 딥페이크 망언 의원 5인방, 지금은... https://omn.kr/2a0lv ).
그렇게 법망을 빠져나간 '성착취물을 즐기던 이들'은 이후엔 무엇을 즐겼을지 모를 일이다. 2015년 소라넷, 2018년 웹하드 카르텔, 2020년의 N번방... 그리고 2024년에는 이게 '딥페이크 합성'이 돼 돌아왔다.
그 결과 수많은 여성, 그것도 청소년들이 주로 고통받는 게 현실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강력한 처벌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어쩐지 딥페이크 성범죄가 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딥페이크를 즐겼던 사람들은 앞으로 또 무엇을 즐길까 싶어 두렵다.
아들과 딸을 키우는 엄마는 불안하다
2013년에 태어난 딸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다. 4년 뒤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그때는 또 어떤 기술이 발달해 어떤 형태의 성범죄가 나타날지 두렵기만 하다. 4년 후에도 어떤 사람들은 올바른 이성 교제를 하는 대신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성범죄를 즐기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다.
성범죄의 형태는 이렇듯 빠르게 진화하는데, 익명 온라인 유저들은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탓한다.
'옷차림, 여자들이 레깅스를 입은 게 문제다.'
'그러게 누가 그러래? 자기 사진을 함부로 SNS에 올린 여자들이 문제다.'
도심에서 사이클을 즐기는 사람들도 짧고 착 달라붙는 레깅스를 착용하지만 모두 성범죄 피해자가 되진 않는다. 더구나, 손가락질은 애초에 범죄자를 향해야 맞지 않나.
자기 공간에 개인 사진조차 올리지 못하고 개인이 알아서 범죄를 조심해야 한다면 공동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책임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