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판정 나서는 한제아 청구인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학생이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 대해 내린 결정은 반가운 일이다. 아시아 최초여서 더욱 그렇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30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2030년 이후 목표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제 정부는 소송의 쟁점이었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다시 세우고 명문화해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탄소저감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건 '자기 발목 잡기'라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나라가 목표 수치를 선언만 하고 법제화하지 않고 있는 사례를 들고 있다. 배출량 상위 국가들인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이 아직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 빨리 움직이는 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전의 특혜를 본 누적 배출량 상위 국가인 유럽과 미국이 구체적인 보상 책임안을 내놓고 있지 않음도 지적한다. 또한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없는 우리 중소기업의 부담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 동안 190여 건의 기후소송이 있었다. 대부분의 판결은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 대응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애초 파리협정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개별 국가의 자율에 맡긴 건 한계였고 잘못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개별 국가 단위에서 법적으로 다시 바로잡고 있다. 자율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흐름이고 되돌리지 못하는 추세다. 흐름을 주도하는 건 리더십이지 자기 발목 잡기가 아니다. 그래서 헌재 재판관들도 숙의 끝에 전원일치로 동의한 것이다.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도 언론 보도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대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조차도 탄소 저감 시책의 우선순위를 당 차원에서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 대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파리협정에선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매년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유럽은 과거의 유럽이 아니다. 유럽이 선진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일의 경제난과 영국과 프랑스의 빈곤율을 보면 유럽의 책임 보상을 기대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현명치 못한 일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