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배추들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명색이 가을로 치는 9월이 왔는데도, 여전히 한낮이면 아직 폭염으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덥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추석에 먹어야 하는 것은 먹어야 하고, 먹거리 준비는 준비대로 해야 하는데.
그래도 '때를 잘 맞춰서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조금 가격이 싼 마트에 갔다. 마트에도 물건은 많았는데, 이리저리 보니 가격이 비싸지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야채가 얼마 전보다 많이 비싸다. 배추를 보니 겉 잎들은 여기저기 상해 있고, 누런 잎들도 많아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밥상 물가가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언제 이렇게 비싸진 걸까. 마트 점장인 듯한 한 분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죄송한데, 배추가 많이 상해 있네요. 혹시 좋은 건 없나요?"
"아, 날이 많이 더워서 배추도 상했네요. 저 쪽으로 한번 가 보세요."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곳은 신선 식품 보관하는 곳인가 보다. 가보니 배추 겉잎도 싱싱하고 아까보다 상태가 괜찮았다. 가격은 세일을 하고 있어서 '배추 한 망 세 포기'에 18900원, 가격만 보고 언뜻 싼 것 같은 느낌이라 얼른 담았다. 무는 그래도 살 만한 가격, 1900원이다. 쪽파? 쪽파는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용기가 나지 않아 결국 패스했다(관련 기사:
쪽파 한 단이 2만 원대? 파김치는 포기했습니다 https://omn.kr/2a5go ).
가격이 괜찮은 대파 한 단을 바구니에 담았다. 우선 필요한 김치 담글 준비만 해서 배달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하는데, 마트에서 배달이 왔다. 배추를 절여야 하기에 급하게 배추 겉 잎을 떼어내고 칼집을 넣어 두 쪽을 내니, 속이 성하지가 않은 모습이다.
배추가 너무 속이 차지 않고 겉 잎만 무성한 상태였다. 여름 배추라서 아직은 속이 안 찼나, 생각했지만 배추를 잘못 샀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배추가 비싸고 아까워 겉 잎을 모아 모두 삶았다. 삶은 겉 잎은 깨끗이 씻어 쫑쫑 썰어 된장과 멸치 가루와 들깨 가루를 넣어 주물럭 주물럭 해서 지퍼백에 소분해 담아 냉동고에 넣었다.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입맛 없을 때나 국거리 없을 때 꺼내어 시래깃국을 끓여 먹기가 좋다. 보통의 고깃국보다도 구수하고 맛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끓여 주던 된장 시래깃국 맛이 나고는 한다.
힘은 들지만, 가족들 먹을 생각에
배추가 비싼 만큼 이번엔 정성을 다해 김치를 담그려 그 비싼 배와 사과도 양파랑 믹서에 갈아서 넣었다. 사온 무로 깍두기를 해 소금에 절여 놓고, 배추는 포기가 그다지 크지 않아 숨이 빨리 죽길래 씻어 놓았다. 음식은 정성을 다 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김치, 깍두기만 담가 놓아도 마음이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