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수확은 성수기의 경우 하루 10~12시간 정도 노동 시간을 갖는다
이원재
물론 급여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보다 상상 이상인 건 노동환경이었다. 일단 농장 1은 12시간 일하는 동안 쉬는 시간이 단 1분도 주어지지 않는다. 관리자의 통제에 따른 쉬는 시간도, 심지어 점심시간도 없다는 것. 식사는 자율적으로 해도 된다는 게 관리자의 말이었지만, 최대한 빠르게 수확을 끝내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양의 딸기를 수확했는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노동의 특성상 식사를 건너뛰는 건 자연스러운 일. 그래서 개개인이 가져온 도시락은 노동이 끝난 해질녘에 먹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그나마 농장 2의 경우에는 오전 10시 즈음 15분에서 30분 정도 쉬는 시간 겸 식사시간이 주어지는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는 농장 2의 장점이라 표현한다.
다른 예시가 더 있다면, 한 번은 새로 들어온 노동자가 나흘 동안 일해서 하루는 쉬겠다고 하자 관리자는 농담조 섞인 말투도 지금까지 두 달 내내 빠짐없이 일한 노동자도 있다며 그를 폄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차, 데이오프를 쓰는 데에 있어서도 '모두가 다 일하는데' 하며 조성된 분위기 탓에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는데, 실제로 두 달 내내 일한 노동자가 있다면 그의 노동 가치를 높게 사야지 기준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일하는 이유는? 답은 간단하다. 세컨 비자, 호주에 최대 2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받기 위해서. 아니면 일의 안정성이나 언어의 장벽 때문에. 그리고 더 나아가면 한국인 사회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생긴 정 때문도 있겠지만, 사실 세컨 비자를 받기 위함이 지배적이다.
비자를 받으려면 특정 업종이나 인구가 적은 시골지역에서 88일, 보통은 3개월 정도 일해야 취득요건이 되는데, 그 기간을 채우기 위해 급여가 적고 근무환경이 안 좋아도 버티는 것이다. 또한 관리자들은 세컨 비자를 취득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이주노동자의 입장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취득하기 위해 진입장벽이 낮은 곳을 선택할 거기 때문에 악순환은 결국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거다.
최근 호주의 한국계 초밥 체인 '스시 베이'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임금 체불 및 노동력 착취 문제가 드러나 한화 123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비단 '스시 베이'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는 여전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력 착취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음을. <오마이뉴스>에서도 이미 한차례 호주 한인 농장에 관한 기사(관련 기사 :
이걸 알고도 호주 워킹홀리데이 하시겠습니까?)를 낸 적이 있었는데, 10년 전에 작성된 2014년 기사임에도 상황은 그때와 다르지 않아 마치 최근 기사를 접하는 것 같았다.
기사에서 언급된 불법셰어하우스는 여전히 성행해 이따금 단속하는 날이면 입주한 노동자들의 모든 짐을 다른 곳으로 옮겨 위장하고, 한인커넥션 또한 여전히 건재하니 말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도, 낯선 타지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이용당하는 것도 안타까울 따름이며,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노동환경이 더욱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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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마음에 품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열아홉 살의 인도와 스무 살의 세계일주를 지나 여전히 표류 중에 있습니다. 대학 대신 여행을 택한 20대의 현실적인 여행 에세이 <우리는 수평선상에 놓인 수직일 뿐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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