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일본의 고지도 <신정만국전도>.이 지도는 에도시대 천문학자 타카하시 카케야스가 1807년 제작한 동판으로 1810년 인쇄했다고 국가기록원은 밝히고 있다.
국가기록원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1844년 일본에서 제작한 <신제여지전도> 역시 동해를 조선해로 적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결국, 일본 정부에서 공식 편찬한 지도인 만큼 동해가 우리 바다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만, 우리는 이를 '동해'로, 국제 사회는 조선해로 인식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던 조선해가 20세기 초 어느 틈엔가 일본해로 바뀌어 있었다. 일본은 이에 대해 "18세기부터 국제 무대에서 통용하던 용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부 일본해라는 적힌 지도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민일보>는 2023년 3월 10일 기사에서 "1602년 제작된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與萬國全圖)에 일본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역사적으로는 중국과 유럽에서 '조선해(한국해·Sea of Corea)', '동해'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사용했다"며 "에도시대 고지도에도 '조선해'가 그대로 등장할 정도니 동해 혹은 한국해가 훨씬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조선해가 일본해로 국제무대에 알려진 때는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세계 해역 명칭을 통일하기 위해 <해양과 바다의 명칭>을 편찬하면서부터"라고 했다. 당시 조선은 일제강점기 아래 수탈과 질곡의 시달렸던 때였기에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고, 논의의 장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한국 "일제강점기 때 일본해 표기 강화"
일본 "당시 일본은 쇄국정책, 영향력 행사 안 해"
이 사안에 대해 더 자세한 양국의 주장의 논지를 살피기 위해 우리나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그리고 일본 '외무성' 공식 홈페이지를 접속해 살펴봤다.
외교부는 "'동해'는 한국인이 2000년 이상 사용한 명칭이다. 이는 삼국사기 동명왕편, 광개토대왕릉비 등 다양한 사료와 고지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해'라는 명칭은 1602년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서 처음 사용된 명칭이라고 주장하는데, 일본인 스스로 동해 수역의 지명을 '일본해'로 인식하지 않았음이 다양한 사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일본이 19세기에 이르러 '일본해' 사용이 증가했다는 서양고지도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일본해' 명칭이 19세기에 확립됐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변계략도(日本邊界略圖, 1809),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 1844) 등 당시 일본에서 제작된 다수의 지도가 동해 수역을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는 사실은 '일본해' 명칭이 일본에서조차 확립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동해' 수역은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기로 널리 알려지는데, 이는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가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을 발간할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지하에서 국제사회에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일본해' 표기의 국제적 확산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한 일본 외무성 입장을 보면, "한국은 일본의 팽창주의, 혹은 식민지 지배로 '일본해'가 널리 알려졌다고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고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미 19세기 초 일본해가 다른 호칭보다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반론을 펼쳤다.
외부성의 입장은, 이 시기의 일본은 아직 쇄국정책을 실시하던 시기였고, 일본해 표기를 위해 어떤 형태든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과거 2000년 이상 '동해'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동해라는 명칭은 어디까지나 한국 국내의 명칭일 뿐, 국제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된 명칭은 '일본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의 고지도 조사결과 발표(2004년, 동해협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선해'와 '동해'가 다르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으며 '동양해(Oriental Sea)'는 '서양에서 본 동양의 바다'를 의미하는 것임에 반해 '동해(East Sea)'는 '한반도의 동쪽에 있는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동양해'와 '동해' 모두 기원과 의미에 있어서 전혀 다른 명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곤 "한국 측의 조사결과를 자세히 보면, '동해'는 다른 명칭에 비교하여 극히 소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립해양조사원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즉, "해양의 지명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을 보면, 대부분 관련 해역의 왼쪽에 위치하는 대륙의 명칭을 따르는 것이 관례이기에 우리는 동해의 경우도 한반도만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위치하는 바다라는 의미로 동해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해 수역이 세계지도에 등장하든 시기는 16세기 초, 서양인들이 동양을 탐험하며 지도를 제작하면서 부터"라며 "이때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조선해, 한국해, 동양해, 중국해, 일본해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됐다"고 봤다.
디지털에서는 명칭 없애고 고유식별번호 부여 합의... 결국 중요한 건
현재, 우리나라와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섭으로 세계 언론과 기관, 지도 제작사, 출판말 등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외무성과 우리나라 외교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 일본이 조사했을 당시는 2.8%만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했으나, 2009년 우리나라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28.07%가 병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1992년 유엔 가입 후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국제수로기구(IHO)가 이에 방점을 찍을 카드를 하나 꺼내들었다. 바다 이름이 아닌, 숫자로 된 코드를 제안한 것. 2020년 11월 17일 국제수로기구는 동해/일본해 대신 S-130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항해용 제작지침서(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가 아닌 디지털 기반했을 때 얘기다. 다만, 앞으로 디지털 표준이 강화될 것을 볼 때 일본해를 포함한 바다의 명칭 자체를 없앤 성과를 거둔 것이라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