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이 바뀐 홍기응 가옥의 솟을대문. 옛주인의 독특한 이웃 배려 방식이 배어있다.
이돈삼
마을에 한옥이 많다. 전체 건축물의 절반 가량 된다. 대부분 풍산홍씨 고택이다.
홍기응 가옥은 현존하는 풍산홍씨 종가다. 안채는 一자, 사랑채는 ㄱ자 모양을 하고 있다. 안채는 1892년, 사랑채는 1904년에 지어졌다. 안채와 사랑채, 헛간채, 사당, 정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계은고택으로 불린다.
사랑채에는 장서실도 따로 있다. 옛주인이 책을 가까이했다고 전한다. 주인 홍기응이 죽고 자손들이 외지에 사는 사이 책을 모두 도둑맞았다고 한다. 벽에 붙은 그림도 그때 없어졌다.
솟을대문의 앞뒤가 바뀐 것도 별나다. 춘궁기에 배곯는 사람을 위해 부러 거꾸로 만들었단다. 아무라도 대문을 타고 넘어와 곡식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다. 주인은, 형편 어려운 이웃이 언제라도 곡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대문 안에 이를 상시로 뒀다고 한다.
지금은? 대문은 여전히 거꾸로 달려 있다. 하지만 외지인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이 늘상 잠겨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리는 번호키가 지킨다. 나누고 베푼 옛주인의 생활과는 거리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