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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만든 점주들 갱신거절로 쫓아낸 BBQ 위법

[광장에 나온 판결] BBQ가 가맹점사업자단체 가입을 이유로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줬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등록 2024.09.23 11:53수정 2024.09.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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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맹점사업자를 선동하고 사업자단체 활동한 것을 반성한다.'

BBQ 본사가 가맹점사업자단체 임원으로 활동한 점주들에게 요구한 각서의 내용입니다. 결국 해당 점주들은 계약갱신을 포기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자영업자이지만 본사에 종속되어 거래할 수밖에 없어 일방적인 우열구조에 놓여있습니다. 단체를 구성해 협상을 시도하더라도, BBQ의 사례처럼 오히려 가맹본부가 계약을 무기로 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이에 BBQ의 행태가 위법임을 판시한 최근 대법원의 판결은 그 의미가 큽니다. 김재희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대법원 제3부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석준(주심), 노정희 2024.7.11. 선고 2022두64808

최근 대법원은 "비비큐 가맹본사가 가맹점주단체 임원들을 상대로 한 계약갱신거절, 계약종료유예요청서 및 각서징구행위가 가맹사업법이 금지한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계약갱신이 거절된 가맹점주들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갱신되리라 기대했을 것인데도 단체 구성 및 활동을 이유로, 의사에 반해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가맹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가맹점주단체가 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상력을 보장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2013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고 함)에는 가맹점주단체의 구성 및 활동, 협상권을 규정한 제14조의 2가 신설되었다. 당시 많은 가맹점주들은 위 규정으로 인해 가맹점주단체가 실질적인 협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법은 가맹점주단체가 협상을 요구할 경우에 가맹본부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규범적인 의무를 규정함에 그쳤고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주단체가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응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나아가 점주단체 구성 및 활동을 이유로 갱신거절,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준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점주단체 설립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이례적인 매장 점검을 실시하고 가맹점과의 계약갱신거절을 하였던 피자에땅 사안, 2018년 점주단체를 구성 활동한 임원 등에게 무더기로 계약해지를 하였던 비에이치씨 사안, 2018~ 2019년 비비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 임원을 상대로 계약갱신거절, 계약종료유예요청서 및 각서징구행위, 계약갱신거절을 한 사안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사안 모두 법위반을 인정했다.

a  서울 시내 한 BBQ 치킨 지점. 2017.6.9

서울 시내 한 BBQ 치킨 지점. 2017.6.9 ⓒ 연합뉴스


비비큐 가맹본부는 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가맹본부가 자유롭게 갱신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법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의 관계가 결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었고 위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것이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공정거래법')은 제100조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대한 불복의 소는 서울고등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단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뤄졌다.

가맹사업을 시작할 때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와의 지속적 계약관계를 예상하고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여 가맹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가맹계약 이후 가맹본부가 최초 계약 시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내용을 변경하더라도 가맹계약을 쉽게 종료할 수 없다. 반면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주와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새로운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있고 새롭게 가맹금을 받을 수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에 계약해지 내지 계약갱신거절이 가지는 의미와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맹브랜드가 제일 많은 나라로 가맹사업이 시작된 미국(3,000여 개)이나 식도락의 천국 일본(1,300여 개)보다도 많은 11,800여 개의 가맹브랜드가 있다. 이러한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매년 가맹계약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질적 성장은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는 자영업자이나, 가맹사업구조상 가맹본부에 종속되어 의존적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다. 가맹사업의 우열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가맹점주의 생존과 직결되는 갱신거절, 계약해지 등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일어날 것이다.

이번 비비큐 사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가맹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기반한 판결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나아가 보다 실질적인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 등 제도개선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이 글의 필자는 김재희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입니다.
#참여연대 #판결비평 #광장에나온판결 #BBQ #가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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