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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교통공사 꼼수 고객만족조사, "전장연 때문에 불편" 답변자는 제외

행안부 주관 경영평가 일환, 본래 취지 왜곡 가능성 ...행안부 "서울교통공사 요청"

등록 2024.09.23 14:01수정 2024.09.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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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열차에 탑승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의 제지로 탑승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열차에 탑승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의 제지로 탑승하지 못했다. 복건우

서울교통공사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위한 고객만족도 조사 첫 질문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집어넣고, 지하철 시위로 인해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한 이들을 조사에서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장연 측은 "불편함을 왜 조사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해당 조사 설문지에는 "전장연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으신 경험이나 불만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이 첫 번째로 적혀 있다. 이어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면 조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안내문에는 "면접 중단 : 죄송합니다.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으셨다면 규정상 설문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응답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위 문항에 "그렇지 않다"고 답해야만 설문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그 다음 문항부터는 지하철 몇 호선을 주로 이용하는지, 성별·나이대가 어떻게 되는지 등 통상적인 문항이 나온다. 해당 조사는 행정안전부가 매년 주관하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일환이며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조사는 9월 서울 시내 여러 지하철 역에서 진행됐다.

전장연 "왜 불편함 제대로 반영 않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1월 2일 아침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활동가와 시민들을 가리지 않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을 승강장 밖으로 끌어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1월 2일 아침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활동가와 시민들을 가리지 않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을 승강장 밖으로 끌어냈다. 복건우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정책과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장연 시위 때문에 불편을 겪은 시민이 서울교통공사 고객만족도 조사에 응할 경우 왜곡될 소지가 있어서 서울교통공사의 요청을 반영해 해당 항목을 넣은 것"이라며 "전장연 시위를 가지고 만족도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전장연 측은 "조사에서 전장연 시위에 대한 불편함을 묻는 것보다 (그러한 답을 한 시민을) 아예 조사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불편함이 있는데 왜 그 불편함을 조사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나"라며 "시위는 실제로 불편한 행위고 불편하게 만들려고 하는 행위"고 설명했다.


이어 "(전장연 시위로 인해) 고객만족도가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면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시위로 인한 불편함을) 아예 조사 결과로 도출조차 하지 않고 배제하는 건 (전장연 시위를) 사회적인 현상이 아닌 일시적인 일탈로 본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전장연 #서울교통공사 #장애인이동권 #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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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지영입니다.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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