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채용 공고. 포장 등 물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구하는데, '생산 및 출고 에디터'라는 직책을 뽑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채용공고 갈무리
문제는 취업준비생들이 이와 같은 채용 공고를 보고 '현타(현실을 자각하고 허무한 감정 등을 느끼는 것)'에 빠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밖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름만 그럴싸하게 꾸며 놓고 업무 환경이나 복지는 기존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C씨는 "공고를 보다 보면 갸우뚱할 때가 있다. 유통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물류·생산 담당자를 물류 에디터라고 칭한 경우를 봤다. 에디터라는 의미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에디터로 확장된 것은 이해하지만, 물류 에디터는 처음 들어봤다. 혹시 에디터 업무도 포함되는지 살펴봤지만 공장에서 상품 출고를 담당하는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였다. 브랜딩의 일환이라면, 에디터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있을 법한데 공고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단 연애프로그램뿐만 아니라 SNS만 봐도 브랜딩을 명분으로 허상만 만드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새로운 직군에 이름을 붙일 때 영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기존의 직업을 영어로 바꾸고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올려 친다고 직업의 전문성이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와 같은 분위기가 현실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겐 눈속임으로 작용할 뿐이다. 채용 공고에서만큼은 직책명을 부풀려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 지원자를 고려한 업무 설명, 복지 개선 등 실질적인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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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공고에서 왜 '연애프로식 직업 소개'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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