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물고 가다가 떨어뜨린 벌레
곽규현
농장의 폭우 흔적을 지우고, 착잡한 기분을 달래려고 그늘막 아래 앉아서 잠시 '농멍(농작물을 바라보며 멍때리기)'을 하고 있었다. 무심히 앉아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벌어졌다.
참새보다 조금 크다 싶은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부리에서 불고 있던 뭔가를 떨어뜨리고 날아가는 것이었다. 잡초 방지 부직포 위에 새가 떨어뜨린 것은 작은 벌레였다. 죽을 뻔하다 살아난 벌레는 미처 정신을 못 차렸는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더니, 좌우로 몸 구르기 몇 번, 앞뒤로 몸 말았다 펴기 몇 번을 한 후에야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몸을 숨길 곳을 찾는지 재빠르게 이곳저곳을 기어다녔다. 그 순간 '텃밭의 작물이나 벌레나 사람이나 모든 생물이 위기의 순간에는, 살아남기 위해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지켜보다 다시 나타난 새가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벌레를 날렵하게 물고 날아갔다.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을 쳐도 '약자는 강자의 먹잇감이 되는구나'하는 자연생태계의 냉엄한 먹이 사슬이 머리를 스쳤다. 그것으로 상황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잠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가 되돌아오니 여전히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새의 먹잇감이 되어 새의 배 속으로 들어갔을텐데. 새 부리 끝에서 버둥거리며 물려가는 걸 봤는데... 설마 또 새가 몸부림치는 벌레를 어쩌지 못하고 떨어뜨려서 살아난 건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더니 정말 그런 건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 없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연쇄적으로 일어난 의아한 상황이 여러 가지를 생각게 했다.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일이 많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