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
진회숙
- 이 책을 기성세대 보다는 특별히 젊은 세대를 위해 쓴 이유는?
"'젊은 세대를 위한 책'은 출판사의 컨셉이었다. 처음에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클래식 이야기로 하려고 하다가 대상을 넓힌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다보면 내용이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런 설정이 조금은 불편하다. 책의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인 것이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철 지난 옛날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무언가 '가르치려 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이건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클래식'이라는 책의 컨셉에 맞추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가르치는 것을 싫어한다. 각자 생긴 대로 사는 거지 뭐 잘 났다고 남을 가르치냐."
-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사랑, 그가 없는 고통과 기쁨의 원천>에서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을, 제2장 <위로와 안식이 필요한 날>에서는 슈베르트의 <보리수>, 바흐의 <사라방드> 등 마음에 안식을 주는 음악을, 제3장 <자유로움이 나에게 주는 것>에서는 자유롭게 살다 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프리드리히 굴다,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삶과 음악을 소개했다. 제4장 <살다 보면 때론 웃음이 필요해>에서는 슈베르트 <송어>와 무소륵스키의 <벼룩의 노래> 등 클래식 음악에 얽힌 인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제5장 <내 삶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서는 본 윌리암스의 <날아오르는 종달새>, 슈베르트의 <바위 위의 목동>을 비롯한 여러 음악을 필자가 살아온 이야기와 곁들여 소개하고, 제6장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다>에서는 아일랜드 민요 <오! 대니 보이>와 마스카니의 <간주곡> 등 과거를 회상하는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했다."
- 서양 음악과 국악 중 각각 가장 좋아하는 음악 하나를 꼽는다면? 또 그 이유는?
"서양음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제1악장이다. 특히 도입부의 꿈틀거리는 동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며 상승하다가 폭발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협주곡이 아니라 교향곡 같은 느낌이다. 베토벤은 이 곡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1악장의 카덴차를 직접 쓰기도 했다. 고전주의 협주곡이지만 낭만주의의 열정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곡이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나는 천재는 시대마저도 초극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국악 중 남도 민요 <육자백이>를 좋아한다. 민요 중에서 <육자백이> 만큼 처절함의 극한에까지 가 있는 것도 드물 것이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리라기보다 오히려 통곡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육자백이>의 사설은 대개 그 끝이 '도는구나' '염려로구나'처럼 '...구나'로 되었거나 아니면 '놀아 볼거나' '무심할거나'처럼 '...거나'로 되어 있다. 여기서 '구나'와 '거나'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뜻도 없는 말이다. 그런데 <육자백이>에서는 사설 끝부분에 해당되는 "구나. 헤 ----"로 노래를 시작한다. 이 앞에는 어떤 말도 들어올 수 있다. 사랑,눈물,이별, 한숨... 이렇게 가사의 앞부분을 개방해 한을 가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노래로 끌어들여 개별 경험을 공통의 경험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 좋다."
- 왜, 어떻게 클래식이 세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공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인지?
"그냥 내가 잘 아는 음악이 클래식인데, 그 클래식을 세대를 초월해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런 믿음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