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마다 다른 카드 리더기
김아영
손님은 상기된 얼굴로 내 얼굴을 힐끔거렸고 나는 그 눈길을 최대한 외면하며 무언으로 손님을 보냈다. 이럴 때 웃으면서 예의 차리는 건, 내 경험상 최악이다. 뭐라고 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지만 같은 손님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면? 일을 관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커진다.
어떤 손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들어올렸다. 당시 어리숙했던 나는 처음엔 뭣도 모르고 어정쩡한 웃음과 동작으로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아마 이 미적지근한 대처가 화근이었나 보다.
그는 다음 날은 나에게 이름을 물었고, 그 다음 날은 내 개인 전화번호를 달라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내가 안 된다고 하자 "아, 여기는 술집이랑은 또 다른가?" 하고 너무나 크게 다 들리는 혼잣말을 했다.
내가 이후 친절을 걷어내고 무표정으로 대하자 그때부터는 나에게 먹을 걸 사주며 환심을 사려 들었다. 맛살, 핫바, 요거트 등을 하나씩 들이대며 "이거 좋아해?" 하고 묻기 일쑤였다. '싫다'는 내 대답과 상관없이 그는 매번 자기가 집은 걸 계산대로 가져왔고, 내가 안 먹는다고 하면 자기가 먹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계산이 끝나고 나면 꼭 두고 갔다.
안 받겠다고 가져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가까이 가기도 싫은데 그걸 억지로 그 사람 주머니에 넣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손님이 돌아가면 나는 그가 남기고 간 것을 다 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마음먹고 단호하게 "어차피 놓고 가셔도 다 버려요"라고 말했더니, 그제야 사주는 걸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