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간당 고택 삼효문. 대문과 정려를 함께 둔 2층 모양의 누각이다.
이돈삼
한낮 마을이 고요하다. 길에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마을 앞 들판에선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마을길을 따라 해찰하는데, 관광버스가 보인다.
고택 앞이다. 고택 안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려온다. 사람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왁시글덕시글하다.
"마침 잘 왔소. 기럭아범이 없었는데, 잠깐 도와주쇼."
"예?"
"잠깐이면 돼요."
고택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통혼례식을 하는데, 기럭아범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잠깐이면 된다는 말에 거절 못 하고, 이끄는 곳에 따라 들어갔다. 한쪽에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삿갓을 썼다.
얼떨결에 전통혼례식에 참여했다. 기럭아범은 신랑 앞에서,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두 손에 들고 들어가 신부 어머니한테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전통혼례가 끝나고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