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이래 양구 성심병원 분만율2020년 개원 이후 양구 성심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수는 6명에 그쳤다.
이류빈
실제로 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가 규정한 분만 산부인과 필수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규정상 산부인과 전문의 2명, 소아과 전문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이 필요하지만, 성심병원에서 근무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소아과 전문의는 있지만, 마취과 전문의는 산부인과를 연 이래 계속 공석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소아과 및 마취과 전문의는 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 외에도 타 의료기관과 연계 체계를 구비하는 방식을 함께 허용했으나, 실상은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 성심병원 관계자는 "첫해에는 타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방식으로 마취과 전문의를 구했지만, 분만이 꾸준하지 않다 보니 결국 1년 만에 끊겼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분만실의 존재 자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한 산모도 있었다. 영은씨는 2021년 김포 A 병원에서 첫째를 낳았다. 그는 "당시에는 양구에 분만실이 생긴 줄도 몰랐다"면서 "양구에서 김포까지 2시간 이상 차를 타고 병원에 다녔다"고 회상했다. 성심병원에는 출산 선례가 몇 안 돼 이용이 꺼려진다는 산모도 적잖았다. 강대병원에서 셋째를 출산한 김지애(36)씨는 "여기(양구)서 출산했다는 사람이 많이 없어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처럼 지역 내 유일한 분만실에 대한 홍보와 지원이 부족한데도, 정작 분만실 설립을 제안했던 양구군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양구군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관내 분만율이 저조한 건 아쉽지만, 산모들에게 (성심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홍보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만실 관련 보도자료를 내는 등 정작 양구군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양구는 인구 수가 적은 지역이라 굳이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아도 알음알음 알게 된다"면서 "성심병원은 의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커진 병원이라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했다.
성심병원에 분만실이 생긴 이후 양구군의 분만 취약지 등급은 A등급(전체 분만 중 70% 이상이 다른 시·군에서 이뤄지고, 분만 병원까지 이동 시간이 60분 넘는 지역이 30% 이상인 곳)에서 C등급(분만실 접근성 및 이용률이 낮거나, 가임 여성 인구가 부족한 곳)으로 완화됐지만, 양구군 산모들은 여전히 '출산 난민'이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인건비만 억 단위로 마이너스일 정도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지역 안에서 분만을 기대하기보다는 (산모들에게) 다른 방향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효과 입증 안 됐는데 지원 늘리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