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알바생 2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20. 10. 8)
알바몬
2020년 10월 8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알바생 2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알바생 5명 중 4명(79.8%) '엉터리 높임말(사물존칭)'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알고도 썼다는 것이다. 또 설문에 참여한 알바생 중 68.4%가 '이런 높임말이야 말로 감정노동에 해당한다고 여겼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더 나아가 '잘못된 표현인 줄은 알지만 그렇게 쓰지 않으면 어색하거나 무례하게 느껴질까봐'라는 응답이 44.6%로 1위였다.
내가 더 놀랐던 것은,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잘못된 말인 줄 알지만,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쓰면 간혹 "반말한다"고 오해하고 호통치는 손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감정노동의 폐해인 셈이다.
이런 어색한 존대, 사물존칭을 쓰는 이유에 '그렇게 쓰지 않으면 불친절하다고 여기거나 항의하는 손님들 때문'이라는 응답이 35.9%나 나오고, '극존칭에 익숙한 손님들을 위해 알아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26.4%가 나왔으니, 이쯤 되면 알바생들에게만 "엉터리 존댓말 쓰지 말라"고 지적하거나 훈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 카페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주문되셨습니다"다. 이 말은 이제 하도 들어서 틀린 줄도 모를 지경이다. 알바몬이 이때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렇게 하시면 되세요"(51.4%) ▲"그 메뉴는 안되세요"(50.4%)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주문 되셨어요"도 30.3%로 조사됐다.
지인 중에 CS 교육을 전담하는 분이 있다. 그에게도 실제 '사물 존칭'을 쓸 때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그걸 왜 묻는데?" 하며 이상하다는 듯 되묻길래 "요즘 (엉터리 높임말을) 알면서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라고 둘러댔다. 그랬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알지. 나도 알면서 쓰긴 해. 그런데 이상한 게, 고객들도 알면서 아무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좋아해. 자신을 향한 존댓말을 더 높여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나는 고객 불만이 없게끔 하려고 '이렇게라도 애쓰고 있다'는 느낌으로 대하는데. 돈 드는 거 아니잖아."
결국 고객 대응, 매출, 존중과 직결된 갑과 을 사이에 흐르는 삐뚤어진 의식이 이러한 외계어 양산에 기름을 붓고 있던 건 아닐까. 제대로 된 언어습관이야 말로 올바른 사회적 소통을 이뤄가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라 생각한다.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언어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진정한 고객을 위한 마음은 사물이 아닌, 고객을 높일 때 생겨내는 것이다.
또 하나, 서비스업에서 빈번하게 일고 있는 것이니 만큼, 고객 역시 무조건적인 과잉 친절을 강요하거나 감정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 나의 품격은 내가 입을 여는 순간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처럼 사물 존칭 하나에 이러한 어두운 우리 사회의 이면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분명 함께 바뀌나가야 하고, 그 첫 걸음이 이 순간부터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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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사소한 것일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화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아파하는 곳을 찾아갑니다.
seoulp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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