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농사짓는 것보다 쌀 사먹는 게 나을 지경" 농민들의 울분

지난 9월 28일 청주서 충북농민대회 전농, 한농연, 한여농 등 옥천 농민단체도 참여

등록 2024.10.08 13:18수정 2024.10.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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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

올초부터 요동치던 쌀값이 수확기까지 이어지자 생존권에 위협을 받은 충북농민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산지 쌀값(80kg 9월 9일 기준 약 17만5천 원)은 지난해 수확기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서 20만 원 선이 무너진 상황. 쌀값은 폭락하는데 필수 농자재 등 생산비는 지속적으로 오르자 "힘들게 농사지어 밥을 해 먹는 것 보다 사 먹는 게 나을 지경"이라며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농업인단체협의회는 지난 9월 28일 청주체육관 광장 일대에서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쟁취 충북농민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농 옥천군농민회(회장 유조봉), 한농연 옥천군연합회(회장 김상태), 한여농옥천군연합회(회장 박길숙) 등 군내 농민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쌀값 하락이 농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값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2ha(약 10만 톤) 가량의 햅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고 최종생산량에 따라 추가 격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곡종합처리장(RPC) 경영안정과 합리화, 수입안정 보험 실시와 직불금 기반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등을 대책으로 내세웠다.

농식품부는 햅쌀에 대해 조기에 시장격리에 나선 것이라며 쌀값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한농연 옥천군연합회 김상태 회장은 "정부는 2024년도 쌀을 시장격리하고 올해 나온 쌀을 사료화한다고 한다. 지난해 못 판 쌀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게 맞는 방식인지 모르겠다"며 "(농협이나 공공비축미가 아니면) 이제는 일반 상인들은 쌀을 사지 않아 농민들은 판로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식량위기를 걱정하면서 농업을 지켜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간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꺼내든 시장격리와 벼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정책 등을 살피며 반복되는 쌀값 하락의 원인이 과잉생산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한여농옥천군연합회 안내면회 우정미 회장은 "풍년에는 쌀이 많아서 쌀값이 하락된 것이라고 한다지만 작년, 올해 흉년이다. 수확량이 줄어드는데도 쌀값이 80kg 기준 20만원선이 무너졌다. 수확량이 줄어들어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서 쌀값이 보전되는 구조가 아니다"며 "공급과잉이 쌀값 하락의 원인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거꾸로 밥쌀을 수입해 공급을 만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밥쌀 수입에 있다"고 꼬집었다. 충북농민대회 때 나온 발화도 맥을 같이 한다. 결의문에서 충북농업인단체는 '최근 5년간 쌀 평균자급률은 94%로 공급과잉이 아닌 자급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급과잉의 진짜 원인은 국내 평균생산량의 11%(40만8천700톤)에 달하는 수입쌀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은 '미곡종합처리장(RPC) 합리화'를 두고는 우려가 쏟아졌다. 미곡종합처리장은 국내 벼 생산의 절반을 수매하고 유통하는 첫 관문이나 다름없다.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지역농협은 쌀 소비 위축 등 이유로 적자 경영 사례가 늘면서 운영비 지원이나 벼 매입자금 확대 등을 바라는데 정부의 답변은 '경영합리화 방침'인 상황.

운영비 지원과 벼 매입자금 확대가 없다면 미곡종합처리장은 결국 쌀을 전량 사들인 뒤 판매하는 '매취' 방식이 아닌, 농가 명의의 쌀을 가공, 포장, 판매는 '수탁'하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매취 방식의 공익적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결국 농가소득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충북농업인단체는 'RPC 경영합리화라는 것은 결국 매취 방식을 수탁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매방식으로 전환된다면 농민들은 농협에게 쌀값 대신 판매수수료를 받게 돼 농가소득은 더욱 불안정 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을 구축한다며 내년부터 수입안정보험을 도입하고 직불금 예산 확대를 약속하면서 양곡 정책의 빈 부분을 채우겠다지만 이마저도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입보장보험은 기준 수입(기준가격x농가별 평년 수확량)이 당해 수입(당해 가격x농가별 당해 수확량)의 60~8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인데 말 그대로 보험에 가입한 농민만 선택적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다 수입이 떨어진 차액 전부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직불제는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과 토지주가 다른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옥천군농민회 유조봉 회장은 "농사짓는 현장을 돌아보면 800평, 900평, 1천평 땅 주인과 경작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 흔하다. 땅 주인이 직불금 갖고 도지 얼마 내고 쓰게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직불금을 중심으로 농민 경영 안정화한다는 것은 땅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농민들이 농민수당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직불금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주는 수당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안정화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김영환 도지사가 100만원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60만원 수준이다. 약속한 것만이라도 빨리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태 회장은 "(농민의 수입이 되는) 쌀값만 줄고 인건비, 농자재비, 약값, 기름값 다 올랐다. 농민들 진짜 힘들다. 서울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는데 또 나가서 농업 문제 해결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고, 우정미 회장은 "농민들만 말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농민대회 #쌀값 #농민수당 #밥쌀수입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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