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숙제지금은 보기도 힘든 갱지에 직접 줄을 그어서 만든 노트
최은영
잠깐씩 떨리는 목소리에 다 같이 녹아들었다.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특별함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어느 하루가 교실 앞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 우리는 그 하루 안에서 나이를 잊고 마음을 나눴다.
이렇게 잘 쓰시는데 안 쓰면 어쩔 뻔했냐면서 나는 다음 주도 기대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 주제도 이미 정하셨다고 한다. '복지관'을 주제로 쓰신다고 했다. "그런 주제라면 혹시 지나가는 행인1로 저도 나오나요?"라고 했다가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41년생 어르신이 '이 수업 재밌네' 하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재밌으면 다 된 거 아닌가. 재미있으면 더 들여다보게 되고, 더 들여다보면 더 잘하게 되는 게 이치다.
새롭게 이어질 '글자들의 부름'을 기다린다. 어르신들 각자가 쌓아올린 시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그 한 몫의 용기를 더 챙겨드리고 싶어지는 수업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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