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제승당 활터 '한산정' (2024.10.12)
김경준
반면 입정포에 조성된 한산정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일단 현재의 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먼저 사무실은 컨테이너 박스에 임시로 조성돼 있었고, 과녁에는 관중 여부를 알려주는 라이트도 달려있지 않았다. 모래를 구하기 쉽지 않아 과녁 뒤에는 모래 대신 조개 껍질을 깔았는데, 화살이 넘어갈 경우 충격을 받고 부러지기 쉽다는 위험도 있었다.
활을 쏘는 사대 역시 제대로 된 지붕 하나 없이 검은 천으로 대충 덮어놓은 채였기에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힘들었다. 만약 비나 눈이라도 온다면 전혀 활을 쏠 수 없는 상황이다.
활터에 화장실이 없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지난 5월에 방문했을 때도 인근 주민의 개인 집 화장실에 양해를 구하고 이용해야만 했었다.
이날 손경환 사두는 대화 중에, 자신이 통영시와 경상남도 등 행정 당국에 한산정의 시설 정비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며 "이순신 장군의 항일호국정신이 깃든 한산도에 제대로 된 국궁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산도에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제대로 된 국궁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그 국궁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활터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새롭게 지을 국궁장은 실제로 조선 수군이 바다에서 왜적을 상대로 싸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한 활터가 될 예정이다.
사대는 판옥선처럼 조성한 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섬에 과녁을 설치하여 마치 임진왜란 당시 배 위에서 싸웠던 조선 수군처럼 활쏘기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활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가 준비 중인 한산도 국궁장 건립은 현재 사업계획서를 준비하여 경상남도청에 제출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없고, 경남도청 등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포부를 들으니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한산도는 명실상부 '국궁의 성지'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단순히 활만 쏘는 게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항일구국정신·애국애족정신·상무정신 등을 온 몸으로 느끼며 활을 쏠 수 있는 곳. 만약 그런 활터가 세워진다면, 대한민국의 국궁 수련자들 누구나 앞다퉈 그곳을 찾아올 게 뻔하지 않는가.
한산도에 그런 '꿈의 활터'가 세워질 수 있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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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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