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생가 마을앞 바다한승원 소설의 무대가 된 득량만의 바다다.
정윤섭
마을 앞 바다는 장흥과 고흥사이의 득량만이다. 결국 득량만의 바다가 한승원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한승원 작가의 작품은 모두 바다와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바다를 떠난 적이 없다. 신화와 역사, 여성이 소설의 대상이자 주제로 등장하며, 이 주제들을 깊이 파고 넓게 확대하고 재해석하면서 자신만의 광대한 소설 세계를 구축해온 것이다.
한 평론가는 한승원의 소설에서 바다는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 등과 같이 대립적인 이미지들이 서로 연결되어 끝없이 순환한다고 말한다. 한승원의 작품은 데뷔작 <목선>에서부터 <갈매기>, <폐촌>, <낙지같은 여자>, <해변의 길손> 등 일관되게 바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바다는 운명처럼 느껴진다.
한승원에게 바다는 유년시절의 삶터이자 낭만과 꿈으로 점철된 희망의 땅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포근하게 맞아주던 어머니가 있고 친구들이 어우러진 공간인 것이다.
한승원 작가의 작품 중에 1977년에 쓴 <낙지 같은 여자>가 있다. 이 소설은 지난 1984년 MBC 베스트셀러 극장에 방영되어 화재가 된 적이 있었다. 여느 작품처럼 한승원 소설에 등장하는 신화적인 설화와 바다, 여성이 대상이 되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송옥숙씨가 순한녜의 역할로 나와 리얼한 에로티시즘 연기로 화재가 되었다.
<낙지같은 여자>는 혼돈의 바다이자 열정과 정욕과 투쟁의 바다이기도 하다. 횃불 아래 굿판의 춤사위처럼 너울대고 일렁이는 바다로 한승원은 고향바다에서 바다와 삶을 한 틀로 이끌어 낸다.
한승원의 작품은 신화적인 설화가 많이 등장하여 아득한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198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해변의 길손>처럼 해방 전후와 6·25전쟁, 그리고 5·18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비극이 소설의 모티브로 등장한다. 이들은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이념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맞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