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장바구니에 쌓인 물건들이 말해주는 것

디지털 쇼핑의 편리함... 두 개의 소설로 들여다보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

등록 2024.10.16 16:43수정 2024.10.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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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온라인 쇼핑의 장바구니에 물건들이 쌓인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구매하거나 결제까지 진행하지는 않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물건을 넣어만 두고, 삭제는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순한 망설임일 뿐인가. 아니다, 이건 현대 사회의 복잡한 심리적·경제적 요인들이 반영된 심리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지만, 욕망은 충족되지 않은 채 한참을 머물며 조롱하기도 한다. 경제적 불안정성, 심리적 방어 기제, 그리고 정보 과잉의 디지털 시대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겠다. 소비 패턴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품었던 원대한 꿈의 축소판과도 흡사하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이상이며, 사랑을 넘어 부와 성공, 사회적 지위, 과거에 대한 집착 등 다양한 욕망을 상징한다.

그의 추진은 무모하리만치 자행되지만, 끝끝내 실현되지 않을 예단에서도 집착을 멈추지 않는다. 개츠비는 몰락하는데, 현대인의 장바구니 목록이 적체되는 건 그의 욕망처럼 기대의 순간을 유지하려는 또 다른 욕망일 것이다.

The Great Gatsby F. Scott Fitzgerald, The Great Gatsby, 1925, title page
The Great GatsbyF. Scott Fitzgerald, The Great Gatsby, 1925, title pagehttps://commons.wikimedia

구매 결정을 미루는 행위는 심리적 방어의 한 형태로, 실현되지 않은 욕망을 보존하려는 전략이다. 소유의 순간이 오히려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소설 중 개츠비가 끝내 이루지 못할 꿈인 데이지를 쫓아가듯, 현대인은 찜 목록 속에서 잠재적인 소유의 가능성을 붙든다.

그로 인해 충족되지 않은 욕망이 주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물건을 찜해두는 순간이 소유의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욕망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머물며 더 강한 끌림을 만들어낸다.


경제적 불안과 결정 마비

현대인의 소비 심리는 경제적 불안과 깊은 연관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1997)'에서 강조되듯이, 사람들은 자산을 축적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은 이러한 결정을 어렵게 만들며, 소비자는 작은 지출조차 신중하게 고심한다. 장바구니에 쌓인 물건은 잘못된 소비 행위가 경제적 안정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내포한다. 결제를 미룸으로써 안전을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불안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대인의 소비 패턴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의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목표로 삼았고,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했다.

그러나 디지털 쇼핑의 편리함과 무수한 선택지들은 소비자들을 끊임없는 비교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소비는 충족의 순간이 아닌, 끝없는 선택과 망설임이 결정을 무한시간으로 미룬다.

무한 탐색의 시대에서 소위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는 선택이 일상을 갈아먹는 현상의 원인으로 학계에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위대한 개츠비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개츠비는 데이지로 상징되는 모든 걸 품지 못하며 좌절하고 만다.

이상이 너무나도 이상화되어 개츠비는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없다. 이는 수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 마비'와 유사하다. 그가 데이지를 선택하면서도 끝내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상이 현실과 충돌할까 두려워하는 내적 갈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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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부자_아빠_20주년_특별_기념판_카드_뉴스_최종8민음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비슷한 맥락이 나타난다. 현대인들은 경제적 독립과 자산 축적을 목표로 하지만, 복잡한 경제 상황과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짙다.

투자나 소비의 선택지 앞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더 나은 선택을 찾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결국 '결정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찜 목록의 물건을 실제 결제로 연결되지 않는 현대 소비자의 심리와도 매치한다.

더 많은 선택지가 더 나은 선택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선택을 미루게 되며 오히려 소비자의 불안을 더욱 가중한다. 그러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과도한 정보와 선택지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방법이다.

선택의 자유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큰 스트레스와 후회를 경험하게 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현대인은 수많은 선택지에서 결정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며, 물건을 찜해둔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책임을 덜어주는 역할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하는 실제의 삶이 아닌, 그녀를 쫓는 과정 자체가 그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듯이,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도 해당 물건에 대한 환상을 유지한다.

지금의 소비 패턴이 지속된다면, 찜 목록에 담긴 물건이 잠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제약 허락하는 이중적인 상태를 반영한다. 우리는 무한한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고, 그 선택이 가져올 책임을 회피하며, 스스로가 만든 장바구니 속에 갇히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소비욕망 #결정마비 #위대한개츠비 #부자아빠 #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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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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