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심 차량을 따라가는 택시택시 기사님과 저는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앞에 차량을 10여분간 따라갔습니다.
박승일
그렇게 택시 기사님과 대화가 오가는 사이 현장에서 출동 중인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112신고 하셨죠? ○○경찰서 교통경찰관 경사 김 아무개입니다. 지금 어디 지나고 계시죠?"
"네, 지금 청담대교 막 지나서 분당 가는 동부간선도로 올라타고 있습니다. 차량 번호는 정확하고요. 아직도 운전을 너무 위험하게 합니다. 저러다 진짜 사고 날 것 같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시면 위험하니까요. 뒤에서 거리를 두고 가시면 됩니다. 신고하신 분은 어디까지 가시는 길이이죠?"
"저는 본래 목적지가 다른데요. 택시 기사님과 함께 경찰관들 도착하실 때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도 곧 도착하니까 잠시만 전화 끊지 마시고 위치 좀 확인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3분 가량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주행하는 위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앞 차는 동부간선도로를 빠져나와 위례 신도시 방향으로 얼마 가지 않아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50대 남성 답변의 반전
그리고 그 차가 주차를 했고, 50대 가량의 남성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오는 길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기사님, 제가 지금 내릴 건데요.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기사님께서는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마시고 차량으로 위협만 좀 부탁 드릴게요. 그리고 112신고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내리겠습니다."
저는 음주가 의심되는 차량에서 내린 남성 쪽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차로 다시 타지 못하도록 문을 가리고 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경찰관입니다. 선생님께서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쪽 지날 때부터 여기까지 따라왔습니다. 운전하시는 데 너무 정상적이지 않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음주 운전이 의심돼서요. 혹시 술 드시고 운전하셨나요?"
"제가요? 술은 마시지 않았는데요."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들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이세요? 지금 복장을 보니 장례식장에 다녀오시는 길 같은데 맞나요?"
"네, 고속버스터미널 옆 장례식장에 갔다가 오는 길입니다. 제가 운전을 하면서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중간 중간 졸음운전을 한 것은 맞습니다. 너무 졸려서 힘들게 왔거든요. 그런데 정말 술은 안 마셨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 음주 운전을 했다는 자백을 받기 위해서 질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출동 중인 순찰차가 도착하고 근무 중인 경찰관들이 음주에 대한 여부는 확인하면 됩니다. 자칫 감정적인 싸움이 될 수 있어서 굳이 강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사실 제가 저기 택시를 타고 귀가 중에 112신고를 했거든요. 곧 경찰관들이 도착할 텐데 그럼 그때까지 좀 기다리셔도 괜찮을까요?"
"그러시죠."
다행스럽게도 선뜻 운전자 또한 제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순찰차 두 개가 연속해서 도착했습니다. 이후에 2차례에 걸쳐 음주 감지를 시도했으나 '미감지'로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음주 운전은 아니었습니다. 다행스럽기도 했고 민망하기도 했으며, 졸음운전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전자는 출동한 경찰관들을 보면서 "제가 너무 늦게까지 장례식장에 있다가 운전하다 보니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졸음운전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운전자분께도 그랬고, 112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운전자와 경찰관을 향해 말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소란을 피웠네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운전자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닙니다. 사실 저도 운전하는 내내 너무 졸려서 순간순간 졸음운전을 한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다른 운전자가 볼 때는 충분히 음주 운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하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저의 음주 운전 의심 차량에 대한 112신고는 '졸음운전'으로 끝이 났습니다.
경찰관인 나도 떨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