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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사장 '국감 셀카' 코미디", 노동자들이 꼽은 '더 심각한 문제'

조선하청회 "하청노동자 출석 필요했었다"... 뉴진스 하니 셀카에 한화오션은 '사과'

등록 2024.10.16 10:03수정 2024.10.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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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랑 셀카 찍는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앞줄 왼쪽)이 참고인석에 앉은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셀카를 찍고 있다.
뉴진스 하니랑 셀카 찍는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앞줄 왼쪽)이 참고인석에 앉은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셀카를 찍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15일 진행됐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중대재해 관련 국정감사에 대해 "책임 회피와 거짓으로 채워졌다"라고 혹평했다. 중대재해 관련 국감인 만큼 하청노동자를 참고인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들은 "출석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중대재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이날 국감에는 김준휘 부산고용노동청장, 김선재 통영지청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 9월 9일 추락 사망사고의 원인과 사고 후 작업중지명령 범위, 해제과정의 문제, 재발방지대책 등이 거론됐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6일 낸 자료를 통해 "답변은 책임회피에 급급한 것이었고 일부는 사실이 아닌 거짓이었다"라며 "고용노동부와 한화오션의 책임 회피와 거짓 답변에 즉각 현장의 목소리, 진실의 목소리를 들려줄 하청노동자 참고인 채택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를 절감하는 시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2024년 들어 한화오션에서 사망한 노동자 숫자가 논란이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김포갑)이 올해 사망한 노동자가 7명이라고 노조 측에서 주장하고 있다고 묻자, 정인섭 전 사장은 7명이 아니라 '5명'이라고 답했고 고용노동부도 5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선하청지회는 "2024년 한화오션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7명이 맞다"라며 "한화오션이나 노동부의 표현을 빌리면 중대재해 3명, 온열질환 의심 1명, 원인불명 익사 1명 이외에 3월 4일 사내에서 구토증상이 있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근경색으로 사명한 하청노동자가 있고, 8월 19일 집에서 뇌심혈관계 의심 증상으로 숨진 채 발견된 하청노동자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 사망 노동자 두 명에 대해서는 한화오션도 노동부도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이들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고, 여기에 대해서는 기업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한화오션이나 노동부가 어떤 관점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라고 설명했다.

작업중지 해제 관련한 지적도 있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경기 군포) 등 여러 의원들이 안전조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부가 섣부르게 작업중지를 해제한 것을 지적했다. 이에 노동부는 "당시엔 (추락방지 조치 미흡 정도가) 저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는데 원인은 모르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작업중지 해제 다음날인 10월 11일 오후에 현장안전점검을 한 결과 모든 컨테이너선 상부는,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선 상부와 여전히 똑같은 조건에 있었다"라며 "바뀐 것이라고는 '클램프 고정' 하나뿐이었고, 클램프로 고정해도 허술한 밧줄과 그물망이 그대로인 한 추락위험 역시 그대로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작업중지명령을 할 때도 그리고 그것을 해제하는 결정을 할 때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말 그대로 내팽개쳐졌다"라고 비판했다.

"뒤늦은 현장 근로감독은 국정감사 면피용?"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정 사장 뒤로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정 사장 뒤로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있다.공동취재사진

또 김준휘 청장은 "그렇지 않아도 작업중지 해제 이후 회사 조치가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지난 14일부터 통영지청 감독관 등 20여 명이 현장 근로감독에 다시 착수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조선하청지회는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은 노동부가 무려 2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으로 현장 근로감독을 하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컨테이너선 상부의 안전조치 여부는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조선소 모든 장소에 노동부 안전감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부 부산청장의 답변처럼 안전조치가 부실한 채 작업중지가 해제돼 추가적으로 하는 안전감독이라면, 당연히 컨테이너선 상부의 추락 방지 안전조치 여부에 대한 감독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안전감독 범위를 알리는 공지를 보고 '외곽만 도네요'라고 말하는 하청노동자의 반응과 같이, 노동부 안전감독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 조선하청지회

"작업중지 해제 위해 하청노동자 175명의 의견을 들었다?"

작업중지 해제를 하기에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의견은 청취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인섭 사장은 "하청노동자 175명 의견을 들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조선하청지회는 "이날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였다"라며 "그런데 금시초문이다. 정말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 175명의 의견을 들었는데, 조선하청지회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걸까"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노동부는 기업이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할 때, 사고가 난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현장에 충분한 안전조치가 됐다는 서명을 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하청노동자는 자신이 일하는 현장이 여전히 위험한데도, 사고 이후 안전조치가 돼 현장이 안전해졌다는 서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제도가 현실에 적용될 때 그 취지와 달리 하청노동자 스스로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현장을 안전하다고 확인 서명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언컨대, 한화오현 정인섭 전 사장이 하청노동자 175명의 의견을 들었다는 것은 작업중지 해제 신청서류에 하청노동자 175명의 형식적인 서명이 된 확인서가 포함돼 있다는 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한화오션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175명 노동자의 의견을 청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고된 대참사, 웃으며 아이돌과 사진 찍기"

한편 국감 현장에서 정인섭 사장은 휴대전화로 다른 증인인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 팜를 같은 화면에 나오게 해 웃으면서 사진(셀카)을 찍은 것도 논란이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울산 동구)의 질책한 뒤 다른 의원들도 잇따라 정인섭 사장이 국정감사에 임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이를 두고 조선하청지회는 "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터져 나왔다"라며 "정인섭 사장이 아이돌 가수와 셀카를 찍는 모습은 언론보도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이른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급기야 의원들은 10월 25일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 때 월급쟁이 사장이 아닌 이른바 한화그룹의 '오너'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의견을 냈고, 이에 화들짝 놀란 한화오션은 다급하게 사과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정인섭 셀카 파동'이라고 부를만한 한편의 코미디같은 장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조선하청지회는 "국정감사를 지켜본 많은 하청노동자는 '최고경영인이 저란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 한화오션이 잇따르는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한화오션 중대재해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질문했지만, 노동부와 한화오션은 책임회피와 거짓 답변으로 국정감사장을 채웠다. 만약 이 자리에 하청노동자가 참고인으로 참석했으면 어땠을까.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는 노동부와 정인섭 전 사장에게 일침을 날리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았을까. 하청노동자의 참고인 채택이 꼭 필요했음을 절실하게 확인하는 국감이었다." - 조선하청지회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과

한화오션은 김희철 대표이사 명의로 15일 "국감에서 당사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국민, 국회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라며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한화오션은 "의원님들의 지적과 질책을 달게 받고 반성과 사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국정감사에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회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사업장의 위험요소가 제로가 되는 무재해 사업장이 될 때까지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현장에 설치된 고정집게 클램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현장에 설치된 고정집게 클램프.민주노총 경남본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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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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