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숲에 누워 바라본 10월의 하늘, 자체가 힐링이다.
한현숙
나뭇가지 초록빛 사이로 드러난 하늘이 온통 나만을 위하여 열린 듯, 내 안의 무겁고 탁한 것들이 저 멀리 하늘 속으로 빨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감사한 마음이 차오르고 그런 마음으로 둘러보니 자연과 어우러진 평안한 모습의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그늘막 사이로 보이는 가족들, 오랜동안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휠체어에 탄 어르신과 눈 마주치며 대화하는, 강아지와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더 몽글하게 만들었다.
내가 있는 이곳은 '인천대공원'이다. 20대 중반의 둘째가 태어날 때쯤 조성되었으니 이미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산책길 등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상아산과 관모산을 끼고돌아 어린이동물원, 자연생태원으로 나오면 봄이면 흐드러진 벚나무길,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나무 길을 만난다.
아기자기한 물소리를 들으며 장수천 산책길을 걸으면 어느새 큰 호수정원이 우리를 반기고 그 옆에 조각정원, 그 너머에 수목원과 장미원, 또 그 맞은편에 시민의 숲과 반려견 운동장 등 다양한 풍경과 휴식 공간이 펼쳐진다.
인천대공원과 함께 한 추억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속에는 늘 보고 싶은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 대화가 즐거운 친구들을 소환하는 이곳! 그래서 이 공원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여유롭게 누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만끽하다 보니 올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장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5월에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조각공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초록이 묻어나는 16살 아이들의 얼굴은 눈부시게 빛났다. 5월의 햇살 아래 친구와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숲길을 거닐며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찬란한데, 어느새 학년을 마무리할 때가 되다니! 고입 원서 작성 준비를 하는 요즘 벌써부터 아쉬운 이별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