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살루의 고대 다리벨사루에는 11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옛 돌담과 미로 같은 자갈길이 남아 있어 중세의 느낌이 난다.
백종인
달리 작품으로 어지러워진 머리를 정리할 겸 서쪽으로 25분을 운전해 중세 도시인 베살루(Besalú)에 도착했다. 벨사루에는 11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가 있었고 다리를 건너면 옛 돌담과 미로 같은 자갈길이 남아 있어, 걸으며 중세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숙박지인 올롯(Olot)까지 구불구불한 피레네 산길을 돌면서 계획했던 화산 지대 하이킹 코스를 찾았으나 뚜렷한 출발점을 찾는 데 실패하고, 대신 올롯에 있는 작은 분화구를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네 번째 날, 기어이 산책로를 찾아 걷겠다는 일념으로 피레네 서쪽 길로 향했다. 피레네산맥 기슭을 2시간가량 이동하니 녹색 산맥 위로 치솟은 바위산이 보였다. 큰 바윗덩이가 두 개로 쪼개진 것처럼 보이는 페드라포르카(Pedraforca)였다.
해발 2,500m의 페드라포르카는 카탈로니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산으로 하이킹과 등반으로 인기 있는 곳인데, 우리는 일정상 그저 봉우리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한가한 도로변 산책길을 택했다. 배고프고 목이 말라 도로변의 식당에 들어서려는데, 시에스타가 곧 시작되는 시간이라 문을 닫는다고 거절당했다. 그러고 보니 가는 길에 보았던 화원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