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승리에 한숨 돌린 한동훈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예상보다 큰 격차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압박한 한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남소연
선거 전까지 한동훈 대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이었다. 당 밖에는 국회 의석 3분의 2 가까이 차지하는 '거야'가 버티고 있다. 야권의 끊임없는 비판과 갈등 속에서, '여야 대표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버렸다. 수많은 여권발 악재들을 돌파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의 압박은 만만치 않은 '벽'으로 작용했다.
당 안도 마찬가지이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국민의 눈높이'를 내세우며, '제3자 특검'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정작 원내 설득이 쉽지 않았다. '친한계'의 입지는 친윤계에 비해 좁았고, '원외 당 대표'가 입법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어려웠다. 심지어 당 지도부라고 할 수 있는 '최고위원회' 장악조차 온전치 못했다.
무엇보다 용산 대통령실이 한동훈 대표에게 공간을 거의 열어주지 않았다. 한 대표의 탄생을 막기 위해 여당 전당대회 기간에 펼쳐졌던 수많은 촌극의 배경이 '용산'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선되고 나서도 용산과 한동훈 지도부 사이 갈등은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밥을 먹느냐, 행사장에서 마주치느냐 등의 문제가 여론의 관심사가 되어 언론 지면을 장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야심차게 한 대표가 제시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조차 못하는 데에도 용산의 입김이 크다. 협의체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두고서도 용산은 한 대표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성동, 나경원 의원 등 당내 친윤계의 견제도 계속됐다.
여의도에서는 이 때문에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 시즌2의 이야기마저 떠돌았다. '김옥균 프로젝트'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여의도에 돌았던 소문으로,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에 한동훈 대표를 비유한 것이다. 혁명을 꿈꾸고 정변을 일으켰으나 허무하게 무너진 김옥균처럼, 한동훈 대표 체제 역시 얼마 못 가 일부 최고위원과 당내 친윤계의 합작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이준석 체제를 붕괴시키고 당 대표에서 그를 쫓아냈던 이력이 있기에, 같은 역사가 용산에 의해 반복될 개연성도 높았다.
한동훈 대표가 친한계를 규합하며 당에 뿌리내리는 동안 잠시 정가에서 사라졌던 이 프로젝트 소문이 재보궐선거 기간에 들어서며 재등장했다. 부산 금정구청장이나 인천 강화군수 중 한 곳이라도 수성에 실패할 경우, 패배 책임을 한동훈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구체적으로 '친윤계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당장의 위기 벗어난 한동훈 리더십, 하지만 과제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당분간 다시 캐비넷에 넣어둘 수밖에 없게 됐다. 용산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한동훈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친윤계도 당분간은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지금의 기조에 탄력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장 16일 늦은 오후,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부여해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라며 "신속하게 쇄신하고 과감하게 혁신해서 국민의 뜻에 맞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라고 논평했다.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혁신'과 '국민의 뜻'을 강조하며, 한동훈 대표가 추진해 왔던 노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