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나도 가장 친했던 친구를 먼저 떠나 보냈다.
언스플래쉬
조문을 마친 아내가 나왔다. 예상대로 아내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친구 가족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너무 많이 울어서, 본인이 위로를 해드려도 모자란데 되려 친구 어머님께서 다독여 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몇 마디 말로는 해소될 수 없는 슬픔인 걸 알아서 너무 애쓰지는 않았다. 시간이 약인 걸 알기에 더욱 그랬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경험을 최대한 늦게 하길 바랐는데 아내에게도 친구와 영원히 이별하는 때가 이렇게 오고야 말았다.
아내 친구 A의 사인은 암이었다고 한다. 희귀 암 진단을 받고서 치료를 받던 중, 다른 장기로 전이가 심해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며칠간 손도 쓰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앞으로 더 많은 죽음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계속 이별을 맞이해야만 한다. 아내도 나도 소중한 이의 죽음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조금씩 더 자주 우리를 찾아올 이별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싶었다.
어쩌면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 번호표를 쥔 채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인지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인정하기 싫을 뿐,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누가 먼저일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자신의 순서가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지의 번호표를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한동안 아내는 친구를 애도하면서 보낼듯하다, 그동안 쌓아왔던 미운 정과 고운 정이 무뎌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제서야 조금 익숙해지겠지.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나 역시, 아내의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지내려 한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에 계속 후회만 들지 않도록 충분히 그런 시간을 함께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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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본인상' 소식 들은 아내...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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