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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 폐업에 거리로 나선 외국인강사들 "착취 말라"

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창원 청담어학원 두 곳 폐업에 '임금체불' 등 주장

등록 2024.10.18 11:12수정 2024.10.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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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한 청담어학원 외국인강사들이 18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를 주장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한 청담어학원 외국인강사들이 18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를 주장했다.윤성효

"청담어학원,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문제 해결하라. 먹튀 자본, 더에듀케이션을 규탄한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더에듀케이션 대표 구속하라."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강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한 청담어학원 외국인강사들이 18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를 주장하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청담어학원 창원지점과 청남에이프릴창원에서 강사로 일해왔고, 모두 미국과 캐나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이들은 7월분 임금이 지난 8월 10일 70%만 지급돼 체불이 발생했고 이후 항의를 한 끝에 월말에 모두 지급 받았다고 했다.

또 9월 10일에 들어와야 할 8월분 임금이 체불됐다. 그러다가 해당 학원은 지난 10월 2일 폐업했다. 민주일반노조에 가입했던 외국인 강사들은 학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학원 두 곳에서는 영어강사, 버스기사, 행정직원 등 총 43명이 근무해왔고, 이들 가운데 원어민 강사는 11명이며 노조에는 10명이 가입해 있다. 교육청에 신고된 해당 두 곳 어학원의 정원은 각 440명씩, 총 880명이다.

노조는 해당 어학원에 대해 원장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피케이교육 운영사가 해당 어학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피케이교육은 (주)더에듀케이션 운영사의 종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라는 것. 피케이교육 대표와 더에듀케이션 대표가 같지만 별도의 법인 체계를 두고 있다. 별도의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고 해당 어학원을 사무실 주소로 두고 있다.

노조는 "현재 영어학원 사업은 한국 자본 시장의 축소판"이라며 "더에듀케이션은 학원별 운영사를 만들고 전국에 여러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외국인 강사들은 학원이 갑자기 폐업하면서 2개월분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월급뿐만 아니라 월세 5개월 치를 지급받지 못해 조만간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고, 4대 보험도 3개월간 사용자가 미납했다"라고 했다.

해당 어학원은 학생 수강료를 미리 받기도 했는데, 이에 학부모들은 선납했던 3개월 수강료와 교재값을 받지 못했고, 일부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기도 했다.


노조는 "영어강사는 모두 이주노동자이다.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들은 직장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사용주로부터 이직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라며 "다행히 조합원들은 해당어학원 원장을 통해서 이직동의서를 받아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현재는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는 성수기가 아니다. 만약 이주노동자들은 해당어학원과 계약기간 종료일까지 구직을 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강제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라고 했다.

노조는 "한 사람의 조합원도 본국으로 강제 추방되게 놔둘 수 없다. 어학원 산업 구조의 피해자들이 임금체불과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에듀케이션 대표가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강사들 "법을 준수하라"

외국인 강사들은 발언을 통해 어학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2년 전 창원에 왔다고 밝힌 한 영어강사는 "불안에 떨다가 지난 2일, 마지막 수업 중 그날 밤 학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그들은 심지어 우리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고, 우리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개인 물품을 챙겨 학원을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혼란과 혼돈 속에서, 우리에게 수많은 모욕과 무시가 쏟아졌다. 도난당한 급여, 연금, 지난 5개월 동안의 임대료, 퇴직금 외에도, 우리는 수년간 함께한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라며 "우리는 힘들게 번 돈뿐만 아니라, 관계, 안정성, 생계마저 빼앗겼고, 남은 것은 불확실성뿐"이라고 했다.

다른 학원강사는 "교사들은 직장에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전문적인 업무 환경과 긍정적인 학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며 "노동자들이 이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와 그 소유자들에게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기 행위를 저지를 때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일한 임금과 함께 퇴직금, 건강보험, 연금, 실업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이 모든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제공되기를 요구한다"라며 "당신의 사업을 가능하게 만든 이들을 착취하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유경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끄럽다. 대한민국 자본의 현실이 이렇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케이(K) 열풍이라고 하지만, 이주노동자들한테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관계 기관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청담어학원 폐업 사태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임금 체불이 발생한 상태다. 학원 대표는 현재 잠적한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한 청담어학원 외국인강사들이 18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고발장을 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한 청담어학원 외국인강사들이 18일 오전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임금체불.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고발장을 냈다.윤성효
#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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